영원한사랑

중국 후베이(湖北)의 한 병원에서 수혈한 80여 명의 환자가 에이즈에 감염됐으나 10여 년째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환자의 가족에까지 전염되는 등 계속 확산하고 있다.

1996년부터 1년여 간 후베이 다예(大冶)시 2병원에서 수혈한 환자 가운데 80여 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무한신보(武漢新報)가 20일 보도했다.

병원 측은 "당시 혈액원에서 공급받는 혈액이 부족, 현지 주민들로부터 혈액을 사들여 환자들에게 수혈했는데 매혈자 가운데 에이즈 보균자가 있었던 탓에 80여 명의 수혈 환자가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병원이나 현지 보건 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당시 수혈 환자에 대한 이력 추적이나 감염 여부 조사 등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환자들이 보상을 요구할 때에만 응하는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이 바람에 에이즈 감염 환자의 부인과 자녀에까지 2차 전염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감염 확진자가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1997년 3월 교통사고로 이 병원에 입원해 수혈했던 장카이(張凱)씨도 12년이 지난 지난해 9월 기침이 심하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장씨는 "10여 년 전 2병원에 입원, 수혈받은 뒤부터 정신이 혼미하고 기침과 감기, 결핵 증세가 계속됐으나 어떤 치료를 받아도 완치되지 않았다"며 "당시 수혈 환자 가운데 에이즈 감염 사례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으면서도 병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에이즈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웃들이 이사를 하고 친지들이 발길을 끊었으며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학교에서 받아 주지 않아 외지로 전학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10만 위안의 보상금과 이후의 치료비, 매달 600위안의 생활비 등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수혈 환자 가운데 80여 명이 감염됐고 2차 감염된 가족까지 합치면 에이즈 확진자가 100명이 넘는다"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데다 얼마나 더 많은 에이즈 감염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국의 지원이 없는 한 이런 조건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