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아이티 강진 수천명 매몰.사망 우려

대통령궁.유엔 건물도 붕괴..각국 구호대 급파, 외교부 "한인 7명 연락두절"

류종권 김재홍 특파원.유현민 기자 = 중앙아메리카 아이티에서 12일 오후(현지시각) 200여년만에 최악의 강진이 발생,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기관 건물과 병원, 호텔, 가옥들이 붕괴되는 등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

정확한 인명피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더미에 상당수의 사상자가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가 최대 수천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민 등 현지에 체류 중인 한인 7명도 연락이 두절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1770년 이후 최악의 강진 = 규모 7.0의 강진이 아이티를 강타한 것은 이날 오후 4시53분(현지시간).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16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으며 강력한 여진이 잇따라 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USGS는 이날 지진 발생후 불과 몇시간 동안 24차례에 이르는 강력한 여진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USGS 관계자는 AP 통신에 1770년 이후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쓰나미센터는 아이티는 물론 쿠바, 바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카리브 해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아이티와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공화국과 쿠바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으며, 도미니카 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서는 놀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 대통령궁도 순식간에 와르르 = 현지 언론은 이날 강진으로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과 재무부, 공공사업부, 문화통신부 등 주요 정부기관 건물이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아이티의 주미 대사관은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의회, 성당, 호텔, 병원, 가옥, 상점 등이 파괴됐으며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 사령부 건물도 상당 부분 파손돼 건물 잔해에 사람들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관계자는 직원 상당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아이티에는 현재 20개국에서 파견한 7천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브라질군이 1천266명으로 가장 많다.

◇ "사망자 수천명 달할수도"..약탈까지 = 전화 등 통신이 끊겨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가운데 수백~수천명이 사망했을 것이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현지 의사는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구호단체 '가톨릭 릴리프 서비스' 관계자는 AFP 통신에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랑스 장관은 호텔 붕괴로 200여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현지에 파견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하늘이 먼지로 꽉 차 회색빛을 띠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의 레이먼드 조지프 주미 대사는 "이번 지진은 엄청난 '재앙'"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진 피해 현장은 도움을 요청하는 부상자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이 상점을 약탈하면서 무법지대로 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 "한인 7명 연락두절" =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3일 "아이티 교민을 비롯해 현지 체류 중인 70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이번 강진으로 오후 3시(한국시간) 현재 현지 교민 등 7명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지에 출장갔던 강모씨 등 4명이 투숙하던 5성급의 카리브호텔이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호텔 붕괴 당시 이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이들의 연락이 두절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티를 관할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 대사관도 지진 발생 직후 교민 59명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으나 통신이 거의 두절된 상황에서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 국제사회 긴급지원 나서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에 인도적인 지원을 긴급 지시했다. 미국은 구호팀을 급파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으며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파나마, 멕시코, 파라과이 등 중남미 이웃 국가들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미주개발은행(IDB)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20만달러의 긴급 지원금을 아이티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