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엄마 젖은 적어도 돌까지는 먹여야 하고 돌이 지나도 계속 먹여도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는 적어도 두 돌까지는 젖 먹이기를 권장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젖을 먹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부쩍 늘고는 있지만, 열 명 가운데 일곱 이상이 젖을 먹이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아가에게는 엄마 젖이 최고의 음식이다. 과학이 발달해 엄마 젖과 비슷한 분유가 나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엄마 젖의 수많은 신비로운 성분과 기능이 다 밝혀지지도 않았다. 분유가 이를 따라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를 보면 엄마 젖에는 디에이치에이(DHA)나 아라키돈산 같이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성분이 적절히 들어 있다. 또 엄마 젖에는 질병을 막아 주는 면역글로불린과 면역세포들도 충분히 들어 있다. 분유를 먹인다면 감기, 모세기관지염,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중이염, 뇌막염, 요로 감염 같은 감염질환에 더 잘 걸릴 수 있다.

엄마 젖은 아가에게 먹게 만든 음식이므로 알레르기 발생도 거의 없다. 송아지가 먹는 우유로 만든 분유를 먹여 키우면 아무래도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더 잘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분유를 먹이면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뿐 아니라 백혈병의 발생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젖을 먹이면 엄마 몸에서 좋은 것이 다 빠져나간다는 말도 큰 오해다. 젖을 먹이면 아가만 좋은 것이 아니고 엄마도 좋다. 젖 대신 분유를 먹인다면 출산 뒤 자궁 수축이 잘 되지 않아 산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엄마 젖을 먹이지 않으면 유방암, 난소암, 골다공증이 더 잘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젖을 먹이지 않으면 임신 때 젖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저장해둔 지방이 갈 곳을 잃고 배, 허리에 끈질기게 맴돌게 된다. 출산한 엄마의 웰빙은 엄마 젖 먹이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엄마 젖 먹이기는 아이가 병에 적게 걸리니 의료비도 절약되고 분유를 사는 만만치 않은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

하지만 젖이 좋은지 다 알면서도 못 먹이는 부모도 많다. 예전에는 누구나 젖먹이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므로 아기를 낳으면 젖먹이는 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었지만, 신세대 부모들은 출산 전부터 엄마 젖 먹이기에 대한 산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출산 전에 모유 수유를 계획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젖만을 먹이는 것은 쉽지 않다. 젖 먹이기에 성공하려면 태어나자마자 늦어도 1시간 이내에 젖을 먹여야 하고, 젖만을 먹여야 한다. 출산 뒤 바로 시작해 산후조리 할 때도 24시간 내내 엄마와 아가가 같은 방에서 같이 지내면서 아가가 먹고 싶어 할 때마다 충분히 젖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젖을 짜서 우유병에 넣어 먹이는 것이 유행인데 이렇게 하면 젖양이 점점 줄어 젖 먹이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우유병 빠는 것이 엄마 젖 먹는 것과 달라 나중에는 아가가 엄마 젖을 거부할 수 있다. 젖이 잘 나오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엄마 젖을 하루 8~12번 정도 먹이고 한번 먹일 때 충분히 먹여 젖을 잘 비우는 것이다.

엄마 젖으로 키운 똑똑하고 튼튼한 아이는 국가 경쟁력을 높여준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엄마 젖 먹이기에서 시작된다.

소아과 전문의 정유미, 하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