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영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일반 유치원 대신 영어 유치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보통 6살부터 보내는데 이르면 4살 때부터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수록 곤란한 것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들.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겪는 엄마들의 하소연.

어른들에게 눈총 받아요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부터는 집에서도 영어로 말을 곧잘 해요. 처음엔 단어 수준이었지만 이제 긴 문장을 영어로 말하곤 하는데 시댁 어른이나 친정 식구들 앞에서 자꾸 영어로 말하니까 어른들께 혼날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우리말과 예의를 중요시하는 어른들로부터 애한테 너무 영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냐며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되는 거예요. 친척들과 모여 또래 사촌끼리 놀면서도 우리 아이가 영어를 하면 동서들의 눈치까지 볼 때도 있고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영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려면 왜 굳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 가르치겠어요.(김연숙·강동구 천호동)
전문가 한마디 아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받아들이기 때문에 또는 장시간 유치원에서 수업하며 서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너무 아이를 꾸짖지 말고 엄마랑 함께 약속이나 법칙을 정하세요. 영어는 유치원과 집에서, 밖에서는 한국어를 쓰기로 하는 등 어떤 원칙을 세워두면 아이도 헷갈리지 않고 잘 따를 수 있을 겁니다.

엄마, 이게 영어로 뭐야?
6살 된 딸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냈는데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아이가 아침에 옷을 입으며 제게 묻는 거예요. “엄마 단추 채워주세요가 영어로 뭐야?” “선생님, 나중에 가져올게요는 어떻게 해?” 처음 한두 번은 대답해 줬는데 저도 모르는 어려운 걸 물을 때는 골치가 지끈거려요. 자꾸 물을 때마다 난처하기도 하고, 마음까지 아프기도 하고요. 내가 이 나이 돼서 뭐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해서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만 영어를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은영·노원구 상계동)
전문가 한마디 영어에 서툰 부모님은 유치원에 전화해서 한국인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또는 아이와 함께 “그래? 엄마도 모르는데 엄마랑 같이 책에서 찾아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해보자”라고 하며 아이와 엄마를 같은 상황으로 만들어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님을 알려줌으로써 아이가 영어 공부에 더 흥미와 자신감이 생깁니다.

나도 덩달아 영어 학원 끊었다
아들이 5살 되던 해에 영어 유치원을 보냈어요. 지금 3년째 다니고 있는데 실력이 좋아져서 이제 저를 가르치려 들고 심지어 무시하기까지 해요. “엄만 이것도 몰라?”라고 할 때가 제일 속상하죠. 아이가 처음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하나 둘 배울 때는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하는 것 같아 뿌듯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잘하니까 아빠와 영어로 대화해요. 어찌나 소외감이 드는지. 그래서 저도 얼마 전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있다가는 애한테 엄마 존재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겁도 나더라고요. 제 실력을 키울 기회가 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이선영·노원구 중계동)
전문가 한마디 아이의 영어 교육이 더욱 결실을 맺으려면 가족 모두가 영어를 공유하는 게 가장 좋아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머님의 결단은 박수받을 만합니다. 아이를 위한다기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계기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가정통신문도 온통 영어
영어 유치원에서 집에 가져오는 알림장도 모두 영어로 되어 있더군요. 영어 못하는 사람은 어디 아이를 보낼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매번 유치원에 전화해서 선생님께 묻기에도 창피하고. 그걸 안 보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유치원에서 알리는 공지 사항이 뭔지를 모르니 제가 공부를 하는 수밖에요. 매번 사전 찾아가며 뒤늦은 영어 공부를 하게 된다니까요. 그 알림장 해독하느라 밤을 꼴딱 샌 적도 많아요.(김남희·중구 신당동)
전문가 한마디 이번 기회에 외국어 마스터한다고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어도 아이에게는 큰 공부가 된답니다.


   기획: 김지현   사진: 임익순   도움말: 맹윤수   
자료출처: 여성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