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아이가 자꾸 감기에 시달린다. 항생제와 해열제, 그리고 수많은 대증요법 치료약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엄마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아이에게 얇은 옷을 입혀라. 오래 묵은 면으로 만든 옷을 입혀라. 날씨가 좋을 때 바깥바람을 자주 쐬어라.’라고 소개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열이 많은 순양지체純陽之體이기 때문에 열이 원활히 순환해 소모되지 못하고 그 열기가 속에서 뭉치게 되면 갖가지 병이 생긴다.

아이를 덥게 키우기보다 다소 서늘하게, 특히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배와 팔다리는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머리가 시원하면 아이가 잠을 잘 자고 배가 따뜻하면 장이 튼튼해져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추운 날에도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을 여러 겹 입혀 땀을 많이 흘리지 않도록 한다. 아이에게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은데,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도 도움이 된다.

어릴 때부터 규칙적이고 위생적인 생활 습관을 다져주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피부를 단련하면 폐 건강 즉,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돌 전의 아이라면 햇볕을 받으며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가거나 집 안에서 외기욕을 해준다. 돌 이후에는 화장한 날 야외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겨울에는 햇볕이 따뜻한 날, 춥지 않게 옷을 입혀 산책을 즐긴다. 좋은 공기는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햇볕은 비타민 D의 합성을 도와 뼈가 튼튼해지도록 도와준다.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는 대부분 속열이 많고 찬바람이나 찬 기운에 아주 약하다. 빙과류나 청량음료, 주스 같은 찬 음식과 인스턴트식품은 피해야 한다. 평소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먹이되,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 단 음식, 밀가루 음식 등을 많이 먹이지 않는다. 짙푸른 채소와 제철 나물을 많이 먹으면 외부 자극에 대항해 신체를 지탱할 수 있는 ‘정기’가 더 굳건해질 수 있다. 식사를 규칙적인 시간에 하도록 하며 약간 부족한 듯, 적당량을 먹을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인다. 갈증이 날 때는 음료수가 아닌 맑은 물을 마시는 편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자다 일어났을 때 물을 먹이면 좋은데, 상온에 5분 정도 두거나 미지근하게 해서 먹인다. 여름철 목욕물도 따뜻하게 데워서 사용한다. 옷은 언제나 편안하고 쾌적하게 입히되, 두껍지 않게 주의한다. 너무 두껍게 입히면 찬 기운에 대한 적응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어른들이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감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감기가 유행할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 대형 마트 등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그런 곳에 있다 왔을 경우 아이에게 곧바로 뽀뽀를 하거나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한다. 외출 후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과 손발을 씻고 아이를 대하며, 아이와 직접 접촉한다면 양치질까지 마친 뒤에 아이를 만지는 것이 좋다. 아이가 놀이터나 어린이집 등에서 놀고 왔을 때도 손발과 얼굴을 깨끗이 씻긴다.

수많은 건강 수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침에는 일어나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것이 바로 순리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을 따라 밤늦게 자는 일이 많아졌다. 밤 10시는 기본이요, 12시를 넘기는 일도 잦다. 잠은 자야 할 시간에 자야 생체 기능도 원활하고 성장 호르몬 분비도 활발해져 아이의 성장·발달에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다소 더운 듯이, 겨울에는 다소 추운 듯이 지내는 것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여름에는 에어컨 속에서 감기와 냉방병에 시달리고, 겨울철에는 과도한 난방으로 집 안에서 반팔을 입고 지낼 정도라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른 것이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바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한방의 지혜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쓰지 않고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한방 요법들이 있다. 비타민 C의 효능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약제에 의한 대량 투여가 아닌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통한 적당한 섭취는 감기 치료나 예방에 다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감기가 오면 유자차나 생강차 등을 먹이고, 기침이 있으면 연근을 즙 내어 떠먹이면 좋다.

가래가 있으면 무를 갈아 생강즙을 조금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먹인다. 곱게 간 들깨 1티스푼을 물 1컵에 넣어 잘 저은 다음 꿀이나 소금을 넣어 따뜻하게 마시면 기침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장운동을 도와 배변을 좋게 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경우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춧가루를 푼 콩나물국을 먹으면 가뿐해진다는 것도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도 감기 치료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간요법을 쓰는 일이 많다. 미국에서는 오렌지주스를 희석해서 마신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평소보다 습도를 올려놓고 쉬는 것이 보통이다. 양말을 신은 채 자기도 한다. 인디언 민간요법에서 유래한 치킨 수프도 대표적인 감기 민간요법이다. 치킨 수프는 우리나라의 백숙과 비슷하다.

캐나다에서는 가래를 줄이기 위해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은 삼가고 대신 오렌지주스, 치킨 수프, 페퍼민트 차 등을 마신다. 러시아에서는 생 알로에를 먹고 열이 나면 딸기잼을 먹는다. 프랑스에서는 벌꿀을 넣은 뜨거운 우유나 뜨거운 물을 마신다. 호주에서는 벌꿀을 넣은 레몬차, 유칼리 잎을 뜨거운 수건으로 감아 코나 가슴에 대준다.

차茶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몸이 나쁠 때는 뜨거운 물을 마셔라.’라는 말을 신조 삼아 감기에 판란금 같은 약초를 달인 물을 마신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생강차를 마시며 아몬드 수프를 먹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에서는 벌꿀을 넣은 레몬즙, 생강과 허브를 넣은 홍차를 마시고 유칼리 잎을 달여 그 증기를 들이마시기도 한다.

자료출처: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