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8등신 바비 인형 같은 몸매가 대세인 요즘 작은 키에 넓은 어깨를 가진 여성은 자칫 루저로까지 비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 단점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몸짱으로 인정 받은 여성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09 미스터&미즈 코리아 보디 피트니스 부문 1위 박수희다.

보는 이 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완벽한 에잇팩(eight-pack)으로 복근 수희라는 별명을 얻은 그녀는 "진정한 몸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라 말한다. 루저女에서 대한민국 1등 몸짱으로 거듭난 박수희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녀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작은 키와 넓은 어깨…"여성미, 역삼각형 몸매에 적합해"

박수희는 순전히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체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운동신경이 남달라 한국체대에 단번에 합격했다. "제 성적에 운동만 좀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넘어갔어요. 그 땐 제가 이런 인생을 살거라곤 생각조차 못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며 보디 빌더를 준비했던 박수희는 2007년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서 3위를 수상했다. 그리고 이어진 국제 보디피트니스 선수 선발전에서 보디빌더 1,2등을 제치고 국가 대표 출전의 기회도 얻어냈다.

박수희가 국가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콤플렉스덕분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협회의 한 관계자 분을 만났었어요. 제 작은 키는 여성미를 어필할 수 있고 넓은 어깨는 역삼각형 몸매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보디피트니스 하기엔 황금비율 체형이라셨어요."

예선탈락 수모… "윗몸일으키기 하루 1000개로 복근 단련"

국가 대표로 국제 대회까지 출전했던 박수희는 2008년 보디빌딩대회에선 입상조차 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존심도 상했지만 그것보단 선수생명이 그대로 끝날 것 같아 두려웠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명하단 체육관을 수소문했어요."

평택시 보디빌딩 감독이며 선수양성 목적의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이선철 감독은 박수희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보디빌더로 유명하단 애가 온다고 해서 기대했었다. 그런데 (박)수희가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배가 움직이더라. 기가 막혔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이선철 감독은 박수희의 절박한 눈빛을 읽었던듯 하다. 박수희는 그 다음날부터 체육관으로 훈련을 하러 나오란 말을 들게 됐다. 그녀는 지체없이 안양 집으로 내려가 짐을 싸 송탄에 있는 체육관 옆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 다음은 그야말로 지옥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하루에 윗몸일으키기만 1,000개, 부위별 근육 운동할 때도 한 세트에 20개부터 시작해 100개까지 올라갔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운동했어요. 땀과 눈물로 복근 수희란 별명을 얻었죠."

비키니 수희 논란…"대회사진 다시 봐도 민망할 때 있어"

박수희는 이번 2009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서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가감없이 드러내주는 과감한 비키니로 복근 수희별명 이상의 화제를 낳았다. 비키니에 대해 묻자 그녀는 민망했던 듯 까르르 웃음부터 터트렸다.

"좀 야하긴 하죠(웃음)? 어떻게 하면 근육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도 여성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제가 직접 디자인한거예요. 큰 맘 먹고 50만원이나 주고 제작했는데 처음 입을 땐 저도 좀 부끄러웠어요."

박수희는 대회 때 신을 신발도 직접 디자인하고 액세서리도 의상에 맞게 직접 구입한다. 대회 당일엔 머리와 화장을 하러 미용실도 간다.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여길수 있지만 저는 반 년이란 시간을 들여 만든 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패션 뿐 아니라 대회때 하는 자유 포즈와 워킹도 오랜 시간 연습한다고 한다. "평상시에 TV 패션쇼를 보면서 워킹을 익혀요. 대회 때 포즈나 워킹하는거 본 분들을 제가 끼가 넘친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다 연습해서 한거예요."

제로 팻 도전기…"체지방 0% 위해 닭 가슴살 1개로 끼니"

운동하지 않을 땐 55kg정도 나간다는 박수희는 대회 직전엔 40kg까지 만든다. 반 년이란 시간을 들여 체중을 줄이지만 체지방 0%의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체중이 안 빠질 땐 하루에 닭 가슴살 1개로 버텨요."

간이 좋지 않아 보충제를 거의 못 먹기 때문에 체중조절이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는 힘들다는 박수희. "체중 조절은 그래도 할 만해요. 하지만 대회 때만 되면 지방이 너무 적어져 무월경을 겪는게 더 고충이죠. A급 여성 선수들은 거의 겪는 직업병이에요."

박수희는 올 해 국내 보디 피트니스 대회 우승으로 선수로서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더 큰 꿈을 바라보는 박수희. 현재 대학원 진학 준비중에 있는 그녀는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휘트니스 전문가도 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건강 전도사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필자는 며칠 전 다이어트 약을 잘못 복용해 죽음에 이른 여성을 소개하는 뉴스를 봤다. 말라야만 예쁘다는 강박관념에 괴로워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박수희가 더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주길 대한민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