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캐나다 주교, 아동포르노 소지로 체포돼

지난 9월 15일, 캐나다 가톨릭 주교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다 공항에서 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오타와 공항 입국 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노트북에 '우려스러운 이미지', 즉 아동포르노가 들어있다는 혐의였다.

문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의 노바스코샤 주 앤티고니시 교구 주교인 레이몬드 래히(69). 그는 노트북을 압수당한 채 임시로 풀려났으나, 2차 정밀검사에서 아동포르노를 발견한 경찰이 전국에 걸쳐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주교직을 사임하고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래히 주교는 9월 27일, '개인적 사유'라며 주교직을 사임하고, 변호사와 함께 사제들이 외출 시 입는 로만 칼라가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10월 1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그에게는 공원과 아이들에 대한 접근 금지, 인터넷 사용금지, 제한적 주거지, 연방경찰에 주 2회 보고 등의 조건부 보석이 허가됐다. 법정출두일은 11월 4일이다.


공항에서 딱 걸린 주교의 '아동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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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포르노' 소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 전직 주교 레이몬드 래히. 
ⓒ 더스타닷컴 화면캡처 
 

주교의 이런 혐의에 대해 해당 교구 가톨릭신자는 물론 네티즌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톨릭신자이며, 근처 그레이스 베이의 학교 교감인 존 메케켄은 <캐나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를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비극"이라고 전했다.

또 CBC의 관련기사에는 100여개의 찬반 댓글이 달려 캐나다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오늘날 왜 성당에 노인들만 있는지 알 것 같다. 젊은이들이 아이들을 왜 성당에 데려가지 않는지도 알 수 있다. 내 세금이나 십일조 헌금이 이런 사제들의 법정비용에 사용되지 않기 바란다. 이제라도 교황청은 잠에서 깨어나, 사제들에게 결혼을 허용하고 여성 사제를 인정해야 한다." - 아이디 '발팔'

"내 의견이 인기 있을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그래도 아직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았으니 함부로 비난해서 사람을 망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 아이디 '팀봇'

현 교구의 주교를 6년간 해온 래히 주교는 지역 내에서 신학면으로나 사제로서 존경받아 왔던 인물. 특히 얼마 전에는 1950년대부터 노바스코샤에서 발생했던 일부 사제에 의한 아동 성추행에 대한 배상을 중재하고 교구를 대표해 사죄하기도 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래히 주교는 곧 뉴브런즈윅에 있는 수도원에 체류하게 되는데 이곳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뉴브런즈윅 로저스빌 시장인 버틀랜드 르블랑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다른 곳으로 가길 바란다, 여기는 작은 마을이다,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인 이곳에 대한 모욕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주민들도 "우리가 왜 그를 받아야 하나? 경찰도 많고 사람도 많은 큰 도시로 보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성추행 신부와 '아동포르노' 보고 살인한 남자

캐나다 가톨릭 사제의 부끄러운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5년간 온타리오 주 남서부지역에서 가톨릭 사제로 활동했던 찰스 실베스타 신부는 은퇴 후 구설에 올랐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성당의 어린 소녀 47명이 실베스타 신부에게 성추행 및 강간을 당했다고 40여 년 만인 2005년 입을 연 것.

이미 은퇴한 사제였던 그는 고소인들에게 사죄한 후 2006년에 3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던 중 2007년 1월,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또 6년 전 토론토에서는 아동포르노로 인한 끔찍한 살인사건도 있었다. 2003년 5월 12일, 토론토에 사는 10살의 홀리 존스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실종됐다. 경찰은 신고접수 즉시 '황색경보'를 발령하고 자원봉사자 등 대대적 인원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홀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황색경보'란 어린이 실종 납치사건 때 경찰이 언론 및 도로 전광판 등을 총동원해 납치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다. 용의자 신원 및 용의차량 번호, 차량 색상, 차종 등을 도로상의 각종 사인에 공개하며, 시민들의 제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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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 존스 추모 사이트. http://www.hollyjones.ca/ ⓒ www.hollyjones.ca 


그런데 실종신고 다음날, 온타리오 호숫가에서 비닐 백에 싸인 시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검사를 통해 사체의 주인공이 홀리 존스라는 것을 확인했고, 살인범을 찾기 위해 홀리집 주위의 이웃주민들에게 DNA 샘플을 요구했다.

경찰의 요구에 주민 대다수는 수사에 협조했으나, 마지막까지 1명은 거부했다. 경찰은 그가 버린 쓰레기봉지 속 음료수 캔에서 샘플을 찾아, 홀리 존스 사체의 손톱에 남아있던 피부조직과 동일함을 확인한 뒤 마이클 브리에르(35)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주민들에 의하면 그는 성실한 이웃이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으며, 전과도 없었다. 그런 그가 왜 그랬을까.

캐나다에선 미성년 대상 성범죄 걸리면, 인생 끝

이유는 아동포르노였다. 그는 인터넷에서 호기심으로 아동 포르노를 보다가 점차 중독됐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대낮에 집에서 아동포르노를 보다가 당장 실행하고 싶은 충동으로 무작정 집밖으로 나왔고, 마침 지나가던 홀리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그는 홀리를 성폭행하고 목 졸라 죽인 다음, 사체를 절단해 비닐 백에 넣어 온타리오 호수에 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를 포기하고 홀리의 가족들에게 눈물로 사죄했지만 결국 일급살인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25년간은 가석방금지라는 조건도 붙었다.

1993년에 제정된 캐나다의 아동포르노법은 18세 미만 아동의 성행위와 관련된 이미지를 단순 소지만 해도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아동포르노를 만들거나 유포할 경우에는 최장 10년형도 가능할 정도로 다른 형량에 비해 무겁다.

또 성범죄자 등록리스트가 있어, 웹사이트로 성범죄자들의 거주지와 일하는 곳을 검색할 수 있다. 또 직업상 아동포르노를 접해야 하는 아동포르노 사건 담당 경찰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홀리의 부모는 현재 아동포르노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성범죄자 등록제도 개선, 성범죄 사전예방 교육 등을 담은 '홀리법안'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