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절기 감기 환자까지 늘며 호흡기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벌초 등 야외활동이 늘며 증상이 비슷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 등 가을철 열성 질환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고열과 인후통 등 증상이 비슷한 질환이 한꺼번에 유행하는 시기인 만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운 것이다. 이들 질환 모두 증상은 감기 몸살과 비슷하지만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물론 진행경과도 전혀 다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병, 감기=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폐 등 호흡기에 급성 염증(일과성으로 낫기 쉬운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누구에게나 잘 걸리는 흔한 병으로, 간단하고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한민수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수 천여 종이지만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코감기가 가장 흔하다"며 "대부분 호흡기를 통하며,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 중에 퍼져 있다 감염되거나 손이나 입 등과 직접 접촉해 전염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 역시 매우 다양하다. 흔히 콧물이나 코막힘, 두통, 미열 등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코감기와 인후통, 인후 건조증 또는 쉰 목소리 등이 주 증상인 목감기, 그리고 기침, 객담 등이 주로 나타나는 기침 감기 등으로 분류한다. 대개는 발열이나 오한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고열과 근육통 동반하는 독감=흔히 독감을 심한 감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감기와는 원인균은 물론 병의 경과도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4일에서 2주 정도 코와 목 등이 아픈 병인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1~5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 두통, 근육통, 인후통, 마른 기침 등의 증세를 나타내는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없이 호흡기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전형적으로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으며, 근육통과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다.

매년 11월말부터 다음해 4월까지 많이 발생하며, 만성 심장ㆍ신장ㆍ폐 질환자, 65세 이상 노인,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 체질이 약한 영유아에서는 종종 폐렴으로 악화돼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피부병변 동반하는 가을철 열성질환=가을철 3대 열성질환인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은 벌초나 성묘 등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9월부터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들쥐 등에 의해 감염된다.

유행성 출혈열의 경우 등줄쥐가 주요 감염원이며, 도시 지역의 시궁쥐ㆍ곰쥐 등에 의해 감염되기도 한다. 처음엔 열이 몹시 나고 두통, 복통,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이 있다가 저혈압이나 쇼크가 올 수 있다. 콩팥이 제기능을 못해 소변 양이 줄었다 회복기에 이르는 경과를 밟는다.

렙토스피라증은 집쥐ㆍ들쥐ㆍ족제비ㆍ여우ㆍ개 같은 동물의 소변에서 배출된 렙토스피라균이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에 피부의 미세한 상처가 노출됐을 때 감염된다.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한, 전신근육통이 심하게 나타나는 등 초기엔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2~3일 후 황달과 흉통, 기침, 호흡곤란 등으로 발전된다. 렙토스피라균이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처지면 심한 혈관염이 유발되기도 한다.

쯔쯔가무시는 등줄쥐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렸을 때 리켓치아 쯔쯔가무시균이 침투하며 걸린다. 가을철 풍토병 중 가장 흔한 질병으로, 매년 전국적으로 수천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생률은 농촌 지역이 단연 높지만, 등산ㆍ낚시 등 레저 인구가 많아지며 도시의 발병 위험도 높아졌다.

걸리면 10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근육통, 발진 등이 초기에 나타나며 진드기가 물린 자리에는 검은 딱지가 앉는다. 직경 1cm 크기의 피부반점이 여러 군데 나타난다는 점이 다른 열성 질환과 다르다.

이같은 가을철 열성질환은 증상이나 경과가 비슷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감기 몸살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과 들이나 논 등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는 지역에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가더라도 장화나 장갑, 긴 옷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 피부노출을 피해야 한다.

◆신종인플루엔자는=신종플루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기존에 없던 호흡기질환이다.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할 때 나온 호흡기 분비물이나 콧물 등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 또는 결막을 통해 침입해 감염된다. 보통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손에 묻은 세균이 눈, 코 그리고 입, 피부 등으로 옮겨지며 자신이 질병에 감염될 뿐 아니라 만진 음식, 물건 등에 옮겨졌다가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시키는 것이다.

주증상은 37.8℃ 이상의 발열과 콧물, 인후통, 기침 등이며, 일반 감기나 계절인플루엔자 증상과 유사하다. 사람에 따라 오심, 무력감, 식욕부진, 설사와 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37.8도 이상의 열이 나는 가운데 콧물 또는 코막힘, 인후통, 기침 중 한 가지의 증세라도 있으면 서둘러 감별 진단을 받고, 48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 다른 질환을 앓고 있거나 임산부, 59개월 이하 소아,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에는 다른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확진받기 전에라도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손씻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을 70%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3시간 이상 활동하는 만큼 하루에 최소한 8번은 씻어야 손으로 인해 전염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기침과 재채기 등을 할 때는 반드시 화장지나 수건으로 가리는 기침 에티켓을 실천하도록 하며, 발열과 호흡기 증상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되도록 사람이 붐비는 장소는 출입을 삼가도록 한다.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거나 열이 난다면 신종 플루나 계절 독감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각종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공통적인 최고의 예방법은 손씻기 등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