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1시간가량 늦게 송년회 자리에 도착한 유 모(남.29세)씨는 그곳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동료 이 모(남.29세)씨가 부장님 면전에서 '개나리'라고 외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기겁했다. 평소 직장 상사에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많았던 이 씨가 술의 힘을 빌려 폭발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앞으로 닥쳐올 싸늘한 분위기를 어떻게 감당할지 암울했다.

그런데 웬일, 유 씨의 이 같은 걱정에도 불구 모두가 환호하면 술잔을 부딪치는 게 아닌가? 심지어 '개나리'란 방송용(?) 비속어를 면전에서 들은 상사조차도 언짢은 기색은 커녕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개나리'란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리랙스하자!'라는 신조 건배구호였다.

아직도 술자리에서 '위하여' 3연창을 외치고 있다면 당신은 조류에 한참 뒤처진 '촌닭'이다. 유행에 따라  시시각각 탄생하는 신조어의 물결이 술자리라고 지나칠 리 없다. 망년회가 줄을 잇는 요즘 '최첨단' 건배 구호로 분위기를 띄워보자. 

올 연말 최신 유행 건배 구호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걸그룹에 광분하는 삼촌 팬들의 구애가 아니다. 소녀시대는 '소중한 여러분들 시방 잔대보자'의 뜻이며, 원더걸스는 '원하는 만큼만 스스로 걸맞게 마시자'란 뜻.

또 신조 건배구호는 시류를 반영해 만들어 지기도 한다. 경제위기로 힘든 한해를 보내서인지 '오바마(오직 바라고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기를)'와 '고감사(고생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당신멋져(당당하게,신나게,멋지게,져주며 살자)',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기발전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등  나쁜 기억은 잊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자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술자리에서 여성 참석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아부성 구호도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대표적인 구호가 '남존여비(남자의 존재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다)' 최근 모 기업 홍보실 망년회에서 등장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의 건배구호'로 '걱정하지마 다 잘 될 거야'란 뜻의 '하쿠나 마타타'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를 제안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