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원경 사업 실패 경험이 약 됐지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정겹다. KBS 개그맨 공채 1기 출신인양원경 씨(41)의 ‘8090개그’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최근 ‘아침마당’ ‘환상의 짝꿍’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개그맨 김용만, 유재석 씨 등과 동기로 시작해 ‘봉숭아학당’에 출연할 때만 해도 거칠 게 없었는데요. 이후 활동을 너무 쉬다 보니 지금 동기들 인기가 부럽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저의 끼를 살려 본격 활동할 계획입니다.”

경제지 인터뷰라고 하니 구구절절한 사업 스토리도 들려줬다. 자신 있어 보인 첫인상과 달리 정작 사업에선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고.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96년 신인 시절에는 선배 5명과 함께 고향인 광주광역시 충장로에 미용실을 차렸다. 하지만 사업 경험이 없던 이들은홍보 방법조차 몰라 처절한 쓴맛을 봤다. 그러다 양원경 씨가 잔꾀를 냈다. 친분이 있던 당시 최고 인기그룹 HOT를 불러 미용실 앞에서 공연을 한 것.

“미용실은 전라도 각지에서 몰려든 중고생들로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뤘지요. 덕분에 손실을 거의 만회했지만, 이를 계기로 사업은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1년 이후 고향 선배와 함께 시작한 고깃집은 그에게 잊을수 없는 경험이었다.

“지분을 나눠준다는 고향 선배의 유혹에 넘어가 고깃집 동업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저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 덕분에 무척 잘 됐습니다. 수입 갈비 가격이 저렴해 무려 80% 이상 마진을 냈어요. 한마디로 대박이었지요.”

고깃집·연예기획사 운영하다 쓴맛

그러다 고비를 맞았다. 돈맛(?)을 본 고깃집 주인이 결별을 선언했고, 양원경 씨는 경험을 살려여의도에 소갈비 집을 연 것. 물론 ‘홀로서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엔 방송국 지인들이 몰려와 장사가 잘 됐지만 소갈비를 팔던 중 갑자기 광우병이 터졌어요. ‘울며 겨자 먹기’로 메뉴를 돼지고기로 바꿨는데 이번엔 ‘15년 만에 돼지콜레라가 발병했다’는 뉴스 기사가 뜬 거예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무리하게 1000㎡(300평) 이상으로 가게 규모를 넓히다 보니 손실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결국 투자금 몇억원을 날린 채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양원경 씨의 사업 실패 사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4년 전부터 시작한 주식 투자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고.

“처음에는 주식을 은행에서 사는 줄 알았어요. 주식의 ‘주’자도 몰랐던 거지요. 그러다 지인 얘기를 듣고 795원짜리 종목을 샀는데 무려 14번이나 상한가를 치더라고요. 결국 500만원이 순식간에 3000만원이 되다 보니 눈이 뒤집혔지요. 하지만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정보를 듣고 주식을 샀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반 토막이 났어요.”

개그맨 80명을 거느린 연예기획사도 차렸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돈을 벌려면 소속 개그맨들을 속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 손을 뗐다”는 게 양원경 씨 얘기다. 여러 사업 실패 경험을 토대로 그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사업을 하려면 본인이 잘하는 걸 해야 하고 전문가조언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아무리 조그만 일을 한다 해도 동업은 금물이지요. 오랜만에 복귀한 만큼 앞으로 5년간은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할 겁니다. ‘아저씨 개그맨’의 활약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