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 자장면의 원조 ■
 
한국의 중국집에서 가장 흔한 음식이지만 정작 본 고장인 중국에서는 같은 맛의 국수를 찾을 수 없는 중국 음식이 자장면(炸醬麵)이다.
그러다 보니 ‘자장면’을 놓고 말도 많고 오해도 많다.
 
주로 ‘자장면은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실제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 ‘자장면은 중국 중에서도 산동(山東)지방 음식이다’ 등등 여러 말을 한다.
물론 한국식 자장면이 중국 음식이냐, 한국 음식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자장면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도 자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음식이다.
 
분명한 것은 자장면은 중국에서 유래됐고, 한국에 들어온 자장면은 산동 사람들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점이다.
자장면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1883년 지금의 인천광역시인 제물포항이 개항되면서 청나라 문물이 조선에 들어올 때 따라 들어왔다.
 
제물포항에 산동성 출신의 중국 노무자들이 몰려 오면서 중국 된장인 춘장을 야채, 고기와 함께 볶아 국수에 올려 먹던 것에서 유래됐다.
그러다가 1905년 공화춘(共和春)이라는 청요리 집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해 팔면서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고 지금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겨 먹는 한국의 ‘전통음식’이 됐다.
 
한국식 자장면은 분명 중국에는 없다. 그러나 자장면 자체가 중국 음식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자장면(炸醬麵)의 뜻을 문자 그대로 풀어 보면 ‘된장(중국식)’을 볶아(炸) 국수에 얹어 먹는 음식을 말한다. 한자어를 정확하게 풀면 중국식 된장을 기름에 데치듯이 튀겨 국수에 얹어 먹는 방식이다.
 
자장면은 중국에서도 전통 국수 요리로 꼽힌다.
중국의 ‘6대 국수’로 산서(山西) 도삭면(刀削麵), 란주(蘭州) 우육라면(牛肉拉麵), 광동(廣東) 이부면(伊府麵), 무한(武漢) 열간면(熱干麵) 사천(四川) 단단면과 함께 북경(北京) 자장면(炸醬麵)을 꼽는다.
 
 자장면은 이처럼 북경을 비롯해 천진(天津)과 산동성(山東省) 등 중국의 북방 사람들이 즐겨 먹는 서민 음식이다.
 지금도 북경 시내를 돌아다녀 보면 ‘옛날식 북경 자장면(老北京 炸醬麵)’이라는 간판을 단 국수 집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자장면과 한국 자장면과의 차이는 중국 자장면의 경우 거의 생 된장에 가까운 된장을 조금 넣고 숙주나물, 채친 오이와 무, 배추 등 갖은 채소를 넣어 비벼 먹는 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짜서 먹기가 힘들고 한국식 자장면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중국 자장면 또한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북경에서는 황장(黃醬)이라는 된장을 넣고 산동 지방에서는 첨면장(甛面醬), 동북지방에서는 대장(大醬)이라는 된장을 볶아 넣는다.
 한국에 들어 온 자장면은 산동 지방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비교적 달콤한 첨면장(甛面醬), 즉 춘장이 들어 간 자장면이다.
 
 거기에 더해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카라멜을 첨가해 만들었기 때문에 짠 중국 자장면에 비해 훨씬 달고 검은색을 띄게 됐다.
따라서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라는 말과 ‘자장면은 산동 음식이다’라는 틀린 말이 되고 한국식 자장면이 중국 음식이냐 한국 음식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 짬뽕의 유래 ■
 
자장면과 함께 중국집에서 즐겨 먹는 국수 중의 하나가 짬뽕이다.
짬뽕 역시 중국에서는 똑 같은 음식을 찾아 보기 힘든, 한국에서 변형된 음식이다.
 ‘짬뽕’이라는 말은 이것 저것이 마구 뒤섞인 상태를 말하는 속어로도 쓰이는 것처럼 짬뽕의 유래 역시 중국과 한국, 일본이 마구 뒤섞여 만들어 진 ‘짬뽕’ 국수라고 할 수 있다.
 
짬뽕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자장면과 마찬가지로 중국 국수가 일본으로 건너 가 오늘날의 짬뽕이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제물포항 개항으로 자장면이 한국에 소개된 것처럼 짬뽕은 일본이 처음으로 개항한 규슈의 나가사키(長崎) 지방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나가사키에는 중국의 부두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1899년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건너 간 천핑순(陳平順)이라는 사람이 개발해 팔면서 널리 퍼졌다고 한다.
 돈이 없는 화교들과 중국 유학생을 위해 값싼 돼지 뼈와 닭 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쓰단 남은 해물과 야채 등 재료를 모두 모아 기름에 볶은 후 국물에 넣어 국수와 함께 만들어 팔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짬뽕은 일본어로는 ‘잠퐁’으로 발음하는데 이 또한 중국어로 “식사했냐?”라는 의미의 중국어 츠판(吃飯) 푸젠성 사투리인 차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주인이 식사했냐고 푸젠성 사투리로 물었는데 이 말을 알아 듣지 못한 일본 사람들이 ‘잠퐁’ ‘잠퐁’하다가 현재의 짬뽕이라는 음식이 생겨났다는 해석이다.
한국식 자장면이 중국에는 없는 것처럼 중국에 한국식 짬뽕은 없으며 가장 가까운 음식은 차오마면(炒馬麵)이다.
 한편 일본 짬뽕의 원형은 ‘하얀’ 국물이며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간 ‘빨간’ 짬뽕은 한국식이다.
 
한국 짬뽕의 뿌리 역시 인천 차이나 타운이다.
일제 강점기 때 제물포의 중국인들이 리어카에 화로를 싣고 야채를 볶아 국물에 넣고 즉석에서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 울면과 기스면 ■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 다음으로 시켜 먹는 국수라면 울면과 기스면을 꼽을 수 있다.
울면은 면발이 가는 면을 묽은 녹말 가루 국물에 말아 내는 국수다.
 
중국에는 울면이라는 명칭의 국수는 없다. 원래 울면의 이름은 원루면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울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중국어로 혹은 한자로 열심히 써봤자 중국 사람들은 알아 듣지 못한다.
 
 중국어로 원루이 한국에서 울면으로 바뀐 것은 일부 전문가가 중국어 ‘원루’가 한국어에서 ‘울’로 축약 현상이 일어나면서 명칭이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스면은 한자로 ‘계사면’(鷄絲麵)이다. 닭고기를 가늘게 찢어 면발과 함께 말아 넣은 국수를 말한다. ‘채 썬 닭고기를 넣은 국수’라는 뜻이다.
 
 기스면 역시 대부분의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계사면’(鷄絲麵)이라는 국수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발음이 ‘기스 ’이 아니라 ‘지스 ’일 뿐이다. 이유는 ‘기스면’이라는 말은 산동성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닭 鷄자를 표준 중국어로는 ‘지’로 발음하고 산동성 사투리로는 ‘기’로 발음한다.
‘지스 ’이 ‘기스 ’으로 바뀐 이유는 한국 중국집 주인들이 대부분 산동성 출신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