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덴뿌라`의 어원
유용한정보2007. 12. 13. 23:12
일본에서 에도(江戶)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도미 튀김을 한 입 물었다.
“이거 굉장히 맛있군”
이에야스는 평소 검소한 음식만을 먹었다.
그러다 처음 생선튀김을 먹고는 평소와 달리 과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탓인지 이에야스는 복통을 일으키며 중태에 빠졌다.
주치의의 빠른 조치로 일단 건강은 회복됐지만 3개월 후에 결국은 사망했다.
도요토미 가문을 멸망시킨 후 1년 후인 1616년으로 그 때 나이 75살이었다.
사망 원인은 고령에다 도미 튀김을 많이 먹은 것이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역사 소설 ‘대망(大望)’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오와다 데쓰오가 쓴 ‘사건과 에피소드로 본 도쿠가와 3대’라는 책에도 언급돼 있는 내용이다.
덴뿌라가 일본에 소개된 시기는 16세기 말이었으니까 당시 일본 최고 권력자의 입에도 꽤나 낯설고 진기한 음식으로 입맛을 끌었던 모양이다.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고령이었을 75세의 노인이 평소와 달리 과식을 할 정도였다.
각종 해산물이나 야채를 밀가루에 묻힌 후, 계란으로 옷을 입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겨 낸 일본 음식이 ‘덴뿌라(てんぷら)’다.
영어로는 ‘Tempura’, 한자로는 ‘天婦羅’로 쓴다.
우리 말로는 튀김이다.
그런데 생선회인 ‘사시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덴뿌라’의 유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상식을 넘어서는 의외의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
먼저 덴뿌라는 종교와 관련이 있다.
그것도 불교나 일본 종교가 아니라 천주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
또 덴뿌라의 어원은 일본말이 아니라 라틴어다.
그것도 튀김이라는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계절’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1570년 나가사키(長崎)항을 서양에 개방했다.
그러자 포르투갈인과 네덜란드인이 먼저 일본에 들어왔다.
특히 선교사들이 일본에 거주하면서 적극적으로 선교 활동을 벌였다.
이 무렵 일본에 들어 온 ‘예수회’ 소속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덴뿌라를 전파시켰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카톨릭에는 ‘사계재일(四季齋日)’이 있다.
라틴어로는 ‘Quatuor Tempora’라고 부른다.
사계재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시작될 때 각각 3일씩 고기를 먹는 대신 생선을 먹으며 천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음식의 강복을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은 일본에서도 ‘사계재일’을 지켰다.
사계재일에는 육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고기 대신 일본에서 흔히 잡히는 새우를 기름에 튀겨 먹었다.
일본 사람들한테는 낯선 요리였다.
맛도 기가 막혔다.
‘일본 음식의 역사와 문화(The History and Culture of Japanese Food)’에 의하면 에도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튀김 요리가 흔하지 않았다고 한다.
튀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사원 근처에 불과했고 여기서 먹은 튀김 음식도 두부나 곡물류 정도였다.
음식을 기름에 튀기는 기술도 뒤떨어졌고 무엇보다 튀김 요리에 쓰는 기름이 참기름이었기 때문에 값이 너무 비싸 극히 소수의 상류층만 음식을 튀기는데 기름을 사용했다.
참기름보다 값이 싼 유채 기름은 등잔불을 밝히는데 썼고 아직 값싼 동물성 기름은 튀김용으로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기름으로 새우와 같은 어류를 튀겨 먹으니까 일본 사람들이 신기해서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다.
일본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혹은 선교를 위한 목적이었든지, 포르투갈선교사들은 ‘사계재일(四季齋日)’, 즉 ‘Quatuor Tempora’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기간 동안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새우를 튀겨 먹는다는 말을 했다.
일본사람들은 포르투갈 선교사가 말하는 ‘콰투오르 템포라’ 중에서 핵심 단어가 ‘템포라(Tempora)’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말을 새우나 야채를 튀길 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덴뿌라’의 유래다.
‘콰투오르(Quatuor)’는 라틴어로 4를 뜻하는 말이고 ‘템포라(Tempora)’는 계절(seasons)을 의미한다.
따라서 덴뿌라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계절이라는 뜻이 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선교 활동의 수단으로 튀김 요리를 사용하면서 생겼다는 설로, 절을 뜻하는 ‘Temple’에서 덴뿌라가 생겼다는 설이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에 도착해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절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비교적 값이 싼 새우 등 각종 해산물을 기름에 튀겨 나눠주며 천주를 믿으라고 포교 활동을 했다.
그러자 일본인들이 절(Temple)에 가면 서양인들이 튀김 음식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템플(Temple)가 발음이 비슷한 덴뿌라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 있지만 신빙성은 떨어진다.
이 밖에도 ‘덴뿌라’는 타이완에서 건너왔다는 설도 있다.
타이완에는 지금도 튀김 음식 가운데 ‘첨불랄(甛不辣)’이 있다.
일본의 덴뿌라(天婦羅)와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은 비슷하다.
중국어로 ‘첨불랄’은 ‘텐뿌라’로 발음된다.
발음도 비슷하고 요리 내용도 튀김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덴뿌라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에서 튀김 기름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덴뿌라는 1770년대부터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유행을 하게 된다.
그 이전에는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지만 이 무렵부터 생선, 가재, 야채 등에 밀가루를 입혀 대나무 꼬챙이에 꽂은 후 기름에 튀겨 팔면서 서민층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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