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유래 - 된장. 고추장
유용한정보2007. 12. 13. 23:11
■ 된장 ■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다.
맛도 맛이려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 있어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 있다.
된장찌개가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라면 그 원료인 된장은 동북아시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음식 재료다.
일본에는 일본식 된장인 ‘미소’가 있고, 중국에도 콩으로 만든 된장인 ‘황장(黃醬)’ 혹은 ‘두장(豆醬)’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사람들이 모두 즐겨 먹는 음식재료인 된장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했다고 한다.
조선 정조 때의 사학자 한치윤이 쓴 역사책인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중국의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해 발해(渤海)의 특산물로 발해의 수도인 책성(柵城)의 ‘시(豆支)’를 꼽았다.
서기 200년경에 나온 설문해자(說問解字)라는 사전에는 ‘시(豆支)’를 콩과 소금을 혼합해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식품이라고 표현해 놓고 있다.
‘시(豆支)’가 된장인지 청국장인지 혹은 그냥 싼 맛의 메주 덩어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의 기록에는 ‘시(豆支)’가 발해의 특산물이라고 했고, 또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잘 만들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이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 동북지방으로, 들판에 있는 야생 콩을 작물로 재배한 시기는 약 4,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원산지인 중국 동북지방은 지금의 만주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예전 고구려의 영토였던 만큼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이 고구려와 발해의 특산물로 꼽히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농경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된장이 발달한 것은 영양학적으로 의미가 크다.
육류에서 섭취하지 못하는 필수 영양소를 콩을 발효시켜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된장이 발달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학자들은 최소 삼국시대 이전부터 일 것으로 추정한다.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신문왕 3년, 서기 683년에 폐백 품목으로 장(醬)과 시(豆支)를 꼽았다.
이 기록으로 보아 이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간장과 된장을 따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사지(高麗史志)에는 1018년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지금의 의주 지방인 홍화진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어, 조정에서 옷감과 소금, 된장을 지급했다고 적혔다.
또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도 여름에는 된장이, 겨울에는 김치가 있어야 한다고 기록돼 있어 된장은 고려시대 때 이미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된장 담그는 법은 조선시대 명종 9년인 1554년에 편찬된 구황섭요(救荒攝要)에 잘 나타나 있다.
구황섭요는 된장 담그는 법을 상세히 기록한 고전이며 모두 8가지의 된장 제조법이 실려 있다.
어쨌든 된장 제조 기술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발달했던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중국에서는 고구려 사람들을 보고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고 하면서 우리의 된장 냄새를 ‘고구려 냄새’라는 의미로 ‘고려취(高麗臭)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일본 된장인 ‘미소’는 8-9세기 무렵 한국의 된장인 미장(未醬)이 일본으로 건너가 변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처음에 된장을 ‘미소’ 혹은 ‘고려장(高麗醬)’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미소’라는 발음도 우리나라의 ‘미장(未醬)’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 고추장 ■
된장은 맛과 모습은 달라도 한중일 3국에 모두 있다.
그렇지만 고추장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창적이고 고유한 한국만의 조미료다.
지금은 고추장이 한국 음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됐지만 고추장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고추장에 대한 기록은 1715년에 나온 산림경제(山林經濟)와 1760년에 내용이 추가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라는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다.
고추장에 대한 설명에서 콩의 구수한 맛과 찹쌀의 단맛, 고춧가루의 매운 맛과 된장의 짠맛이 조화를 이룬 식품이라고 기록돼 있다.
사실 고추장이 등장한 역사는 짧을 수 밖에 없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가 임진왜란 무렵이기 때문이다.
1613년에 발간된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고추를 일본에서 건너 온 겨자라는 뜻으로 왜겨자(倭芥子)라고 불렀고, 또 남쪽 오랑캐의 나라에서 왔다는 뜻으로 만초(蠻草)라고도 불렀다.
임진왜란을 전후 해 고추가 도입된 만큼 고추장의 역사도 다른 전통 식품에 비해서는 그 역사가 일천하다.
처음 고추가 들어왔을 때는 주로 술안주용으로 고추를 직접 먹거나 고추씨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7세기 후반부터 고추를 가루로 만들어 예전부터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후추(胡椒), 초피나무 껍질인 천초(川椒)등과 함께 사용했다.
이후 고추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된장에 매운 맛을 첨가시키기 위해 고춧가루를 섞으면서 고추장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채식 위주의 우리나라 식사에서 고추의 자극적인 맛이 미각을 돋우는데 크게 기여하면서 고추장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은 매운 맛을 즐기는 민족이다.
고추가 전래된 것이 임진왜란 무렵이면 그 이전에는 어떻게 매운 맛을 냈을까?
사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매운 음식은 존재했다.
고추 대신에 산초(山椒), 후추(胡椒), 그리고 천초(川椒) 등을 이용해 매운 맛을 냈다.
또 이들 향신료를 이용해 초장(椒醬)을 담가 먹었다.
한편 고추라는 이름은 한자로는 고초(苦椒)라고 적는데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의하면 고(苦)가 쓴 맛을 뜻하기도 하지만 불에 탄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입이 타는 듯 맵다는 뜻으로 산초나무 초(椒) 앞에 고(苦)자를 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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