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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쌍용차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가 17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을 받아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원은 회생안 인가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채권단 표결에서 쌍용차의 계획안이 부결됐음에도 계획안을 승인해줬다.

재판부는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과 파산시 야기될 사회ㆍ경제적 파급 효과, 회생안 인가를 위한 법적 요건 등을 두루 감안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 "쌍용차 회생해야 채권단도 이익" = 법원은 우선 쌍용차가 계속 회생절차를 밟아나갈 경우, 청산됐을 때보다 기업가치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지정한 회계법인의 조사결과 쌍용차의 계속가치는 청산가치보다 3천572억원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자동차 판매량 역시 조사 보고서에 적힌 목표치인 2만9천대를 지난달 이미 넘어섰고 이달 판매량까지 합치면 목표량을 20%가량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업적자 규모도 회계법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15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쌍용차는 추정하고 있다.

`77일간 장기 파업'이라는 진통 끝에 인력 2천646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생산성이 대폭 늘어났고 유휴 자산을 매각해 내년까지 현금 1천5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책이 진행되고 있다.

투쟁 일변도의 성향을 지녔던 쌍용차 노조는 장기 파업을 끝낸 뒤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사측과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쌍용차의 기업활동을 존속시키는 것이 회사를 쪼개 팔아 `빚잔치'를 벌이는 것보다 채권단의 이익을 더 많이 보장하는 길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배경으로 꼽힌다.

◇ 파산 시의 악영향 고려한 듯 = 지난 11일 열린 채권단 집회에서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부결된 것은 해외 전환사채(CB) 보유자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해외 CB 보유자들은 재무적 관점에서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을 바라는 회생 담보권자와 협력사 등을 포함한 회생채권자, 주주 등의 의견을 존중해 계획안을 받아들였다.

이는 쌍용차의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회사가 위기에 빠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정관리가 폐지되면 막대한 채무를 계획안대로 나눠갚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쌍용차가 개별 채권자들과 협상을 하며 독자 생존의 길을 걷더라도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은 2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철강과 기계, 전자, 전기, 플라스틱, 유리, 고무, 섬유 등 거의 모든 소재의 산업분야와 연관되는 종합기계산업이다.

쌍용차가 파산의 길에 접어들면 납품 의존도가 높은 1차 협력사 32곳과 2차 협력사 399곳은 연쇄 부도 위기에 처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부도를 맞은 협력사가 나오고 이 업체가 보유한 핵심기술로 주요 부품을 만드는 또 다른 완성차 업체가 있다면 그 업체까지 납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정비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쌍용차의 근거지인 평택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관련 업계와 지역 경제로 `쌍용차 붕괴'의 타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절차를 유지시켰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법적 요건 준수 = 회생계획안이 합법하게 작성됐고 채권단의 표결 결과가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요건을 갖췄다는 점도 회생안이 인가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은 청산시 배당률을 훨씬 넘는 변제율을 채권자들에게 보장하고 있다.

또 회생담보권자부터 일반 주주에 이르기까지 법적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차등적으로 채무 변제율을 정해놨다.

이 계획안은 3개조로 나눠 진행된 표결에서 해외 채권자들이 포함된 1개조에서만 통과되지 못하고 회생담보권자 및 주주 등으로 구성된 나머지 2개 조에서는 통과가 됐다.

최소 1개조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돼야 한다는 강제인가 요건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외 채권자들 중 개별적으로는 동의할 뜻이 있었던 해외 채권자들을 합치면 전체 채권단의 계획안 동의율이 가결 요건에 근접한다는 점도 재판부가 강제인가 결정을 내리는 데 고려했을 만한 사항이라고 쌍용차는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고는 쌍용차가 파산했을 경우에 생길 사회ㆍ경제적 악영향을 감안해 법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쌍용차 측에 회생의 기회를 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