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백화점 유아용품 매장에서
유아용 카시트를 고르는 모녀 외동딸 재윤이의 오른쪽 엄지손가락 손톱모양은 조금 이상하다. 두 살 때 부엌 안쪽 다용도실 문에 손가락을 찧은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지금도 누가 자기 손가락을 볼라치면 “아야야!”하면서 소리지르는 딸아이를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집 안팎 곳곳에 무기▼

부모로서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24시간 아이를 쫓아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일. 항상 마음에 두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게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는 일인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돌도 지나지 않은 재윤이를 데리고 이웃에 사는 현지인 노부부의 차를 얻어 타고 여행을 가게 됐다. 들뜬 마음에 이것저것 챙겨 막 차에 올라타려는데 우리의 짐을 찬찬히 뜯어보던 그 외국인 부부가 심각하게 말했다.

“유아용 카시트는요?”
“준비하지 않았는데요. 안고 타면 안되나요?”
“위법입니다.”
“하지만 여행하는데 무겁고 부피도 큰 걸 가지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 어떻게 안될까요?”
“불의의 사고가 나면 귀한 재윤이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

이 일을 계기로 평소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자부했지만 실은 얼마나 생각없이 살아왔던가를 반성하게 됐다.

▼"유아용 카시트에 무관심"▼

한국에 와서는 우리 차에서는 반드시 유아용 카시트에 아이를 앉히지만 다른 차를 얻어탈 때는 ‘별 일 있겠어?’하며 적당히 넘어간다. 이렇듯 안전은 신경쓰기 시작하면 한도 없고, 한 번 지나치면 금세 무뎌지기 십상이다.

아이들 장난감에 대한 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미국에선 장난감 포장지에 항상 대상 연령이 표시돼 있고,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 문구와 자세한 설명을 넣는다. 물론 요즘엔 우리도 비슷한 문구를 인쇄한 장난감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흉내내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장난감을 구입하기 전에 한국소비자보호원(sobinet.cpb.or.kr, safe.cpb.or.kr, www.cpb.or.kr)이나 전국 주부교실중앙회(www.nchc.or.kr),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www.cacpk.or.kr) 등 인터넷에 미리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장난감 유해성 등 따져본뒤 구입▼

어느 회사, 어느 제품이 특히 문제되는지, 어떤 피해 사례가 있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말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 놀기 시작하면 ‘위험 무대’는 그나마 제한적이었던 집안을 넘어 밖으로 확대된다.
이런 경우 직접 아이에게 “주변에 위험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하고 물어보는 것도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위험 요소를 찾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위험에 대해 생각해보고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위험 찾아내기’를 놀이로 발전시켜 부모들의 호평을 받는 놀이방이나 유치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