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북한강 따라…산 좋고 물 맑은 가평 여행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복숭아꽃이 시냇물 따라 아득히 떠내려가네. 인간세상 아닌 또 다른 세상이라네.’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중) 중국 진(晋)나라 어부는 시냇물에 두둥실 떠내려오는 복숭아꽃잎을 좇아 무릉도원에 이르렀다지만, 현대인이 무릉도원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무릇 무릉도원은 강물을 따라가야 찾을 수 있는 법. 북한강을 끼고 46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산 좋고 물 맑은 경기도 가평과 만나고, 별천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운악산(雲岳山) 현등사(懸燈寺)

가평은 군(郡) 전체가 무릉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특히 운악산(해발 935.5m)은 화악산·관악산·감악산·송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五岳)에 속하고, ‘경기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산 입구 매표소에서 맑은 물이 쏟아져 흐르는 계곡을 끼고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짙은 녹음이
푸른 하늘을 가린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시원한 시냇물 소리 사이로 온갖 새소리와 나무들이 서로 몸 부딪는 소리, 바람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길가에는 노란 야생화와 하얀 꽃받침을 인 산딸나무, 보랏빛 엉겅퀴가 시선을 끈다. 일명 ‘민영환(閔泳煥) 바위’라 불리는 무우폭포에 이르면 거울같이 맑은 계곡물에서 헤엄치는 산천어와 까만 송사리떼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주변 경관에 넋을 빼앗긴 채 서서히 오르기를 40여분.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현등사가 나그네를 맞는다. 108계단을 오르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했던 삼층석탑과 지진탑, 보광전, 극락전, 지장전, 응진전, 삼신각 등이 산자락에 푸근히 안겨있다. 지장전 옆에는 20여m 높이의
후박나무 네 그루가 주먹보다 더 큰 아이보리색 꽃을 피우고 있다. 극락전 마당 너머 구비구비 굽은 소나무 뒤로 저 멀리 기암괴석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삼층석탑 옆 벤치에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청평을 경유하는 현등사행 직행버스를 이용하거나 청평이나 현리에서 현등사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37번 국도를 타다가 현리버스터미널에서 387번 지방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031)585-0707






아침고요수목원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 6월은 녹음이 짙어지면서 산과 들에 핀 꽃들이 지는 계절이다. 가평군 상면 축령산 자락에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에서는 가을까지 야생화를 비롯해 4500여종의 식물과 만날 수 있다.

매표소에서부터 짙은 꽃 향기가 진동하는 10만여평의 수목원에 들어서면 고향집정원, 허브정원, 야생화정원, 침엽수정원 등 13개의 주제가 있는 정원이 손님을 맞는다. 고향집정원에는 자줏빛
패랭이꽃, 빨강 깨꽃, 보랏빛 작약, 하얀 들국화, 파랑 방울제비꽃, 분홍 해당화 등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무궁화동산에는 200여종의 하양, 빨강 무궁화가 꽃잎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는다.

축령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맑은 계곡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시원한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관람객들이 소망을 담아 계곡에 쌓은 돌탑 수천 개도 장관이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아침광장에는 황금국수나무가 하얀 눈송이 같은 꽃을 머리에 이고 있고, 분재정원에는 소나무·
소사나무·모과나무 등 분재작품들이 오랜 수령만큼이나 그윽한 멋을 뽐낸다. 아이리스 광장에는 하양·파랑·분홍·보랏빛 아이리스 1000여종이 피어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한다. 침엽수정원의 아름드리 잣나무 굵은 가지에는 그네가 매달려 있고, 노르스름한 송홧가루가 수목원 곳곳의 원두막과 정자, 벤치에 뽀얗게 내려앉는다.

수목원측은 2~3주에 한 번씩 식물을 갈아 심어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들이 늘 새로운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전 8시 문을 열어 오후 9시 닫는다. 청평버스터미널에서 수목원행 버스가 오전 10시 20분~오후 6시 30분 운행한다.
www.morningcalm.co.kr, 1544-6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