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쭉쭉 뻗은 竹… 쑥쑥 자란 筍, "담양 대나무 숲"


★...늘씬한 ‘직선미’ - 곧게 뻗은 대나무는 시원하고 늘씬한 모습으로 뭇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고산 윤선도는 늘 곁에 두고 사귀고 싶은 다섯 친구중 하나로 대나무를 꼽으며 그 덕을 이렇게 노래했다. 잔가지 없이 줄기가 곧게 뻗어 높이 자라며,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씩씩한 기상과 늘씬한 모습은 뭇사람들의 호의를 살 만하다. 대나무는 한그루만 외톨이로 자라는 일이 없고 수십 수백그루씩 모여 숲을 이룬다.



★...시원한 약수 - 대숲에서 흘러나온 약수가 대통을 타고 돌확에 고이고 있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면 우선 눈이 후련해진다. 이리저리 가로세로로 뒤얽혀있던 세상이 일순간 수직으로 정렬이 된다. 마음까지 가지런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온통 초록이니 한여름 대숲을 스친 바람에선 초록물이 묻어날 듯하다.

가느다란 가지에 온몸을 지탱하고 하늘 높이 솟아있자니 대나무 숲은 작은 바람에도 온 숲이 일렁인다. 까칠한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쏴아- 하는 파도소리를 낸다.



★...왕성한 ‘생명력’ - 우후죽순이란 말처럼 죽순은 하루에 수십㎝씩 자란다

나무만큼이나 키가 큰데다 이름 끝에 나무 자가 붙어 나무인 줄로 아는 이도 있지만 대나무는 벼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대나무가 쉽게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성장속도와 번식력 때문이다. 요즘이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계절인데 땅을 뚫고 새로 나온 죽순은 45일이면 20~30m가 된다. 어떤 것은 하루에 1m가까이 자란다고도 한다. 파죽지세니 우후죽순이니 하는 대나무에 관련된 말도 많고 우리 주변에서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이 많아 대나무는 우리민족과 꽤나 친근하다. 하지만 대나무는 원래 아열대식물이어서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곳은 비교적 연평균 기온이 높은 충청 이남과 동해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담양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적당해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예부터 질 좋은 대나무의 고장으로 이름 높다.


★...대통밥 - 대나무 마디를 잘라 쌀과 대추 등을 넣어 찐 대통밥

대나무는 양손으로 쥐기 어려울 정도로 굵은 왕대나 맹종죽에서부터 자잘한 조릿대, 시누대에 이르기까지 크기나 모양새가 다른 수십 종류가 있는데 어느 것이나 줄기가 곧게 자라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잘 휘어지고 또 세로로 가늘게 쪼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가공하기 쉽고 튼튼한데다 모양도 번듯하니 옛사람들도 대나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생활 용품을 만들어 왔다. 광주리나 소쿠리 바구니 채반 조리 같은 부엌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허접한 대빗자루에서부터 결 고운 참빗에 부채 죽부인등 온갖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벽이나 바닥 지붕 등 건축자재로까지, 실로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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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함 등 대나무로 만든 여러가지 생활 용품들

이렇게 쓸모 많은 대나무 제품을 만들고 전국으로 공급하는 곳이 담양이었으니 담양의 죽제품시장은 한때 전국에서 제일 떠들썩한 재래전문시장이었다. 장날이면 군내 각지에서 만든 소쿠리 광주리를 이고 장터로 향하는 행렬이 줄을 이어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대나무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부터는 담양의 죽세공 산업도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소재라는 이점을 내세워 그나마 소규모 가내공업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것도 근래에 무역자유화 바람을 타고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밀려들어온 싸구려 제품에 거의 제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대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죽로차

하지만 대나무로 만든 그릇이나 부채 등을 만져보면 플라스틱에서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담양의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죽세공품에서는 값싼 수입품에서 느낄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진다.

요즘은 죽세공품 장도 서지 않으며 집에서 대바구니를 만드는 곳도 몇 안되지만 대나무가 사람에게 여러 가지로 이롭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 쓰임새는 넓어지고 있다.



★... 머리를 맑게 - 대숲길 산책은 스트레스를 잊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대나무를 잘라 빈 통에 쌀과 인삼 대추등을 넣고 쪄낸 대통밥은 대나무의 은근한 향기와 영양이 밴 별미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갓 따낸 죽순을 삶아 양념과 함께 먹는 죽순 요리도 상큼하다.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넣고 아홉 번 구워 만든 죽염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요즘은 대나무 숯을 이용한 술이나 건강용품도 많이 개발 되고 있다.

굵은 대나무를 잘라 요리조리 가르고 엮는 손길은 멀어졌지만 서늘한 대숲의 추억은 새롭고 이국적이다. 이번 여름엔 일삼아 훌쩍하니 키 높은 대숲에 들어보자. 그 푸르름에 내 몸도 푸르게 물들고, 대숲을 흔드는 바람에 내 마음의 티끌도 깨끗이 쓸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