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금리 추가 인하 앞당겨야" 확산
금리 내렸는데 CD금리 고공행진 지속… 한은 딜레마
대출 이자 부담 늘어 경기침체 가속화 우려 반영


"이자 폭탄 때문에 못 살겠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CD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한은이 금리를 내렸는데도 거꾸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CD 금리 한국경제 '뇌관'

지난달 말 6%를 돌파했던 국고채(3년물) 금리는 지난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급락해 15일 5.17%까지 떨어졌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으며,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3개월짜리 CD 금리는 상승을 계속, 15일 6.06%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자금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CD 금리 상승은 대출 이자 부담을 늘리고, 이는 소비를 줄여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은행도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대출 등을 줄이게 되며, 더 나아가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한 주택 보유자들이 하나 둘 급매물을 내놓을 경우 주택시장 경착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가계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 은행 채권 딜러는 "CD 금리가 7~8%까지 간다면 그 결과는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국내 대출구조상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CD 금리가 안정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큰 폭으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상 때는 환율 불안 우려

물론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예상되는 문제도 있다. 최근 폭등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조 기대감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각으로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15일 환율은 다시 31.5원 오르는 등 외환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다시 떨어질 경우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 됨은 물론,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국고채 매도를 불러 '9월 위기설'과 같은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증권업협회가 집계한 장외시장 외국인 채권 매매동향을 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외국인들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순매도했다. 이런 추세는 9일 기준금리 인하 직후 더 강해졌고, 14일에는 무려 6,962억원이나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외국인 월간 채권 매매가 7월 이후 3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팔고 달러로 바꿔 한국을 떠나게 되면 겨우 진정된 원ㆍ달러 환율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래도 추가 금리 인하 주장 대세

하지만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시기와 폭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성태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를 강력 시사했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와 관련, "수요 측면에서 압력이 완화되고 있고, 유가도 안정되고 있다"면서 "남은 문제는 환율"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리정책에 대해 "물가를 가장 중시하겠지만 경기 신호는 물론,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등 대외균형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15일 라디오 방송에서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고, 실물경기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적극적이고 신축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이왕 칼을 뽑은 김에 더 휘두를 필요도 있다"면서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2, 3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씨티은행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세계 중앙은행들의 추가 공동 금리인하가 예상대로 단행된다면 한국은행은 11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외환시장이 안정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 번 정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문기사]


한은총재,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시사
“외환시장 개입 관련 제도 개선해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물가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경기도 상당히 안좋을 것같고 경상수지도 그렇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그런 점을 고려해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내렸고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 총재는 경기상태와 관련해 "물가와 경기, 국제수지 등 3가지 큰 거시변수의 방향이 워낙 충돌하고 있어 균형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내년 경제는 국내외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환란직후 처럼 마이너스 성장까지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5%를 내놓은 것에 대해 "지금 전망으로는 조금 높은 것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운용 권한과 관련, 이 총재는 "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 문제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제도는 급할 때 행동을 하는데 불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시장개입에 대한) 법률적인 권한은 정부가 정책을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동원할 자금은 한은이 가진 것이 훨씬 많고 외평기금이 훨씬 적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제도적으로 고쳐야 하며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액권 지폐 발행과 관련, "지금 5만원권 발행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10만원권은 조금 문제가 생겨 검토하고 있다"면서 "분리해서 발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 외화대출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건의가 와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 "대출만의 문제가 아니고 외화대출을 해주면 은행이 그 외자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은행차입에 대해 한국은행이 보증하는 방안에 대해 "다른 나라 처럼 정부가 보증하고 국회가 승인하는 방식이 맞다"고 밝혔다.  [원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