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선보인 슈밍화 "음식 맛은?"

시원작렬 북어국 끓이기

`분자요리` 선보인 슈밍화 "음식 맛은?"

2000년 스페인에서 `분자요리(Molecule Style)`라는 새로운 조리법이 등장했다. 다니 가르시아라는 요리사가 개발한 분자요리는 화학시간에 배우는 분자라는 이름처럼 식품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형태를 변형시킨 음식을 말한다. 액체질소를 사용해 음식을 냉동시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 또 조리시 분자 단위까지 잰다고 할 정도로 세밀하고 정확하게 음식을 만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스페인 정부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음식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요리법 개발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분자요리는 대번에 유럽 전역에서 히트했다. 오랜 음식 전통을 가지고 있는 유럽 사람들로서는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하는 퓨전보다 오히려 음식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접근법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분자요리를 수입해 현재 3명의 분자요리 셰프(요리사)가 활동중이다. 한국에도 분자요리가 첫선을 보였다. 청담동에 지난 2월 문을 연 슈밍화를 통해서다. 슈밍화는 청담동 식으로 말하면 인터내셔널 쿠진 레스토랑(International Cusine Restaurant), 기존 분류로는 일식당이다. 일본 정통 가이세키 요리에 분자요리를 접목했다. 두 명의 요리사 중 메인 셰프 신동민 씨는 일본에서 분자요리를 배웠고 가이세키 요리를 책임지는 박재형 씨도 일본에서 4년간 요리 유학을 했다. 사장은 도쿄에서 이름난 야키니쿠 식당 `쇼타이엔`을 운영하는 동포 3세다. 슈밍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분자요리. 가이세키 요리와 함께 나오기도 하고 단독으로 선보이기도 하는데 하나같이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다. 예를 들어 가이세키 요리인 `와규`에 나오는 코르크와 숯은 언뜻 보면 영낙없는 장식 같지만 실은 음식이다. 코르크는 우엉으로 숯은 고구마에 오징어 먹물을 입히고 숯향을 첨가해 만들었다. 박성호 매니저는 "접시 위에 나오는 것은 모두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는다. 디저트인 `온천계란`과 `-196도 사과`에 이르면 분자요리는 점입가경이다. 온천계란은 코코넛과 망고로 흰자와 노른자를 만들어 계란 모양을 냈다. 설탕으로 사과 모양을 만들고 색소를 입힌 -196도 사과도 첫인상은 분명 사과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과와 시나몬을 질소액체에 저장해 차갑게 굳힌 하얀 가루뿐이다. 숟가락으로 사과를 탁 하고 깨뜨린 다음 한 입 떠먹어 보니 차가운 사과맛 가루가 순간 녹아 없어지면서 상큼한 여운이 묘한 느낌을 준다. 사과는 사과인데 사과가 아닌 사과라고 해야 하나…. 눈으로 호사하는 음식인 가이세키에 분자요리가 더해지니 손님마다 탄성을 연발한다. 특히 하루에 20개밖에 만들지 못하는 -196도 사과는 반지를 넣은 프러포즈용 디저트로 호응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모양보다 맛이다. 슈밍화는 고기를 한 곳과만 거래하고 일부 수산물은 직접 일본에서 들여올 정도로 좋은 재료 확보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분자요리 특성상 조리는 초단위까지 세고 조개에 소금 하나를 뿌리더라도 염도의 퍼센트까지 계산하는 만큼 맛의 퀄리티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슈밍화는 세 가지 코스 요리가 기본. 가이세키와 분자요리로 구성된 메인 코스는 매월 아이템이 바뀌고 가격은 12만원이다. 10가지가 넘게 나오지만 배가 많이 부르지는 않다. 스시코스는 전채와 디저트에 스시 7개가 나오는 5만5000원짜리와 12개가 나오는 8만원짜리가 있다. 스시도 날마다 구성이 달라진다. 가격은 청담동에서 가장 비싼 축이지만 일품요리는 가장 비싼 와규 다타키만 제외하면 1만~2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과 사케 4잔이 나오는 3만원대 와인 코스도 부담없이 즐길 만하다. 지금은 저녁 6시 이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5월부터는 점심 때도 문을 연다. 테이블 5개, 4~5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 2개 그리고 스시 카운터가 마련돼 있다. 밤 9시 이후로는 일품요리만 가능하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주차 건물에 대신 주차해준다. (02)516－0209 한편 현재 슈밍화는 조승우와 정려원의 데이트 장소였다는 이유로 주요 포탈의 인기검색어로 올라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