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사건과 관련,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모씨(60) 부녀에 대해 1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무리한 기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법원과 검찰간 갈등이 고조될 조짐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홍준호)는 18일 존속살해와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씨 부녀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특히 자백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해 대법원 판례까지 곁들이며 장시간 설명한 재판부는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검찰의 자백 진술은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백씨 딸(27)의 무고 혐의는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백씨와 백씨의 딸에게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측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검(檢)-법(法) 갈등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특히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찾아낸 증거 능력에 대한 논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백씨 부녀를 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씨 부녀가 살해를 공모한 점과 범행 동기에 의문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막걸리와 청산가리 구입 과정과 보관 등 검찰 증거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부녀의 자백에 의한 진술의 증거 능력도 낮아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1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검찰이 제시한 범행 동기와 공모 여부, 범행 실행 계획에 대해 신빙성이 있는지 등 전반적인 의문을 품었으며 이날 선고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 사실에 대해 내용별로 나눠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부녀의 공모 여부에 대해 평소 성관계를 했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이가 아니며, 친어머니를 살해할 마음을 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공모가 이뤄진 시기나 독극물 구입 시기 및 보관, 막걸리 사용 등 진술이 일치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와 검찰 간 갈등은 지난 12일 결심 공판에서 일찌감치 예고됐다.

검찰은 당시 "백씨 딸의 속옷과 미국으로 입양한 백씨 자녀에 대한 유전자 감식 등 추가 증거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백씨 부녀의 인신구속이 이미 6개월 가량 됐으며 1심에서 구속기간이 3월12일까지인 점에 비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백씨 부녀는 지난해 7월 초 둘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탄로나면서 갈등을 빚어온 백씨의 아내 최모씨(59)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뒤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최씨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해 최씨를 비롯한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