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여러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는 일은 하나의 ‘놀이’다. 이는 부모가 자녀한테 읽어주는 것과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아이 처지에서는 또래들과 생각을 나누는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명을 상대로 책을 읽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즐거워하는 아이도 있지만 따분해하거나 친구끼리 노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유아나 낮은 학년 아이들일수록 그렇다. 그렇다고 듣기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현희 독서문화위원장은 “무시하거나 야단치지 말고 아이들이 왜 그런지 마음을 읽어주는 일이 우선이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책 읽어주는 도중에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혼자나 친구끼리 따로 놀아도 자유롭게 나두는 겁니다. 사실 노는 것 같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고 재미있다고 느끼면 어느 새 친구들 틈에 끼어 듭니다.” 양명석씨의 경험담이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무언가 꼭 줘야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펼치고 그런 생각을 들어주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책을 읽어주고 난 뒤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도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들을 들은 즐거움이 자칫 학습으로 다가와 또 다른 ‘짐’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해 느낀 생각을 그림이나 글로 쓰겠다고 아이들이 먼저 나선다면 자연스럽게 책잃은 뒤의 활동으로 지도하는 게 좋다. 이때도 아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을 존중해줘야 한다.

이현희 위원장은 “책을 읽어주는 일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고 자기 생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느낌과 생각을 나눈 일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럴려면 어른들이 서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