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이 올해 들어 주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매매가의 변동률은 전세값 변동률보다는 작지만 상승폭이 다소 커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의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근래 들어서 전셋값이 앞서서 크게 오르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자들도 나타나게 되고, 이에 따라 매매가도 상승하는 방향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지역 입주 물량은 2만8000여가구로, 작년 5만여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부동산써브). 실거주인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데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서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으로 인한 멸실가구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멸실가구수가 작년에 1만8000여가구, 올해는 3만여가구로 크게 늘어나고, 내년에는 멸실가구수가 4만8000여가구에 달할 전망입니다. 실거주 주택시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주거 개선이 이루어지려면 재개발/재건축으로 멸실되는 가구수가 다시 생겨나는 가구수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잡으면서 속도 조절이 되어야하는데, 서둘러 빠르게 여기저기 뉴타운 지정을 많이 하고 재개발/재건축을 빠른 속도로 많이 하려고 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이 소멸과 생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전세 수요의 증가에 따른 전세값 상승이 크게 나타나고,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까봐 우려되기도 합니다.

◆ 주택가격에 영향 미치는 두 종류의 수요

주택가격은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투기수요’와 ‘실거주수요’가 어우러지면서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매가는 투자수요와 실거주수요가 복합되어 결정되고, 전세가는 실거주수요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투자/투기수요가 전혀 없으면 매매가는 실거주수요에 형성되는 전세가격(또는 월세를 전세로 환원한 가격)에 근접해 갑니다. 지금도 지방 소도시에서는 이런 곳들이 있습니다. ‘투자수요’에 의해 영향받는 가격은 고무줄이 되지만 ‘실거주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전세가는 정직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전세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매매가 대비한 전세가의 비율(이하 간단히 전세가비율이라고 부르겠음)이 크게 변하는 시기가 있는데 매매가와 전세가의 변화에 따라서 몇가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세가비율이 올라가는 경우 = 전세가비율이 올라가는 시기에 무조건 매매가도 뒤따라서 잘 올라간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서 90년대 초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세비율은 크게 올랐습니다. 이 시기에는 전세가비율의 상승이, 전세가의 상승보다는 매매가의 하락에 더 기인하였습니다. 즉 전세비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매매가도 무조건 오르리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보다는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여러 요소들도 함께 바라보면서 판단해야 합니다.

(2)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세가비율이 내러가는 경우 =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는 가장 최악의 경우로서 우리나라 IMF시기에도 바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매매가가 내려가면서 실수요 증가는 더더욱 일어나지 못하여서 전세가 하락이 더욱 큰 경우입니다. 경제가 극심하게 가라앉거나 디플레이션이 되는 시기에 이럴 수 있습니다.

(3) 매매가가 상승하면서 전세가비율이 올라가는 경우 = 전세가가 앞서서 더 빠르게 오르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면, 매매가 상승과 함께 전세가비율도 올라가게 됩니다. 실거주 여건은 양호하면서 투자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비인기지역에서는 전세가비율이 70~80%까지도 올라갑니다. 매매가와 전세가비율이 함께 올라간 국면의 실제 사례로서, IMF 위기가 지난 후 1999년~2000년경에 이러했습니다. 실거주수요의 증가가 앞서서 크게 나타나면서 투자수요는 아직 크게 활발하지 않은 이러한 국면이 지난 뒤에는, 경기, 금리 등 다른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투자수요의 증가가 뒤이어 크게 늘어나느냐 여부가 결정됩니다.

(4) 매매가가 상승하면서 전세비율이 내려가는 경우 = 매매가 상승이 확산되면서 투자/투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드디어 실거주수요의 증가속도를 앞지르게 되면 매매가 상승속도가 전세가 상승속도보다 더 빨라지면서 전세비율이 내려갑니다. 주택투자 붐이 크게 확산되면 전세비율이 25%~30% 정도까지도 내려갑니다. 90년대 초나 2000년대 중반에 서울의 아파트에서 이 정도 전세비율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인기지역 아파트 중에서 전세비율이 대략 이런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 전세비율과 안정성

전세비율이 너무 낮아지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들어갈 내돈의 금액이 커지게 되고 대출을 많이 받아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서 투자수요가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전세비율이 매우 낮을 때 가격이 상투를 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비율이 매우 낮으면 일단 경계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서 대출 이자가 적게 들어가면 전세보증금이 작더라도 대출로 커버해도 되므로 낮은 전세비율인 상태에서도 투자수요가 활발히 들어와서 매매가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즉 전세비율과 금리를 동시에 보아야합니다. 지금은 전세비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금리도 낮기 때문에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내기는 애매한 상태입니다.

어떤 투자에서나 위험관리는 필수인데, 매매가가 내려갈 수 있는 하한선이 전세가이기 때문에 매매가 대비한 전세가 비율이 높을수록 안정성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정성이 높다고 수익성도 높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격은 실거주수요가 아닌 투자/투기 수요에 의해서 탄력적으로 쉽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실거주수요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형태를 취합니다. 반면에 투자/투기수요는 지속적인 형태로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아침에 밀물처럼 생겨날 수도 있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밀물 시기에 나타나는 투자/투기 수요를 잘 보아야합니다. 서울의 인기 지역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비율이 매우 낮은 아파트들이 많으면서 가격은 오히려 더 잘 올랐던 것도 그러한 사례입니다. 실제로 강남에는 소유주가 실거주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전세 끼고 사둔 집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즉 강남권에는 실거주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구입이 이루어진 경우들이 많고, 그에 따라 가격이 더 잘 올라갔던 것입니다.

◆ 주식시장과의 비교(고PER주)

매매가 대비한 전세가 비율이 낮은 아파트는 '주택가격 대비한 임대수익'이 낮은 것이라서 이는 '주식가격 대비한 주당순이익'이 작은 주식, 즉 고PER주에 해당합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때로는 고PER주가 성장주라는 이름하에 주가가 잘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비유됩니다. 이는 성장주로서 투자수요가 많이 몰려들어서 미래 주식가치를 선반영하여 가격이 미리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저PER주처럼 전세가 비율이 낮으면서 아파트 가격이 잘 올라가는 경우가 이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미래에 가격이 잘 올라가리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은 아파트에 투자수요가 들어와서 매매가가 미리 올라가고 이에 따라 매매가 대비한 상대적인 가격인 전세가 비율은 낮아져서 고PER주처럼 됩니다. 물론 잘 오르던 고PER주도 투자수요가 사라질 때에는 위험도가 더 크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 없으며 투자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고PER 상태가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 주식시장과의 비교(저PER주)

매매가 대비한 전세가 비율이 높은 아파트는 '주택가격 대비한 임대수익'이 큰 것이라서 이는 '주식가격 대비한 주당순이익'이 큰 주식, 즉 저PER주에 해당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저PER가 결국에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서 올라갈 수 있듯이 매매가에 비하여 전세가 비율이 높은 아파트가 어떤 계기를 만나면 매매가 상승이 쉽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전세가 비율이 높을수록 레버리지 효과가 커서 일단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투자수요를 급격히 이끌어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유의사항으로서 저PER주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순이익이 감소한다면 만년 저PER주 상태에 머물면서 주가는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순이익이 줄어들 것을 선반영하여서, 미리 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하여 계속 저PER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거주수요가 늘어나지 않거나 줄어드는 곳에서 전세비율이 높은 아파트는 전세비율이 높은 저PER주라도 매매가는 올라가기 힘들 수 있습니다.

◆ 전세비율이 투자수익률이 미치는 영향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단은 가격이 잘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가 실거주수요에 덧붙여서 투자수요까지 가세하여 매매가가 더 높게 형성되고, 그에 따라 전세비율이 낮게 형성되지만, 실 투자수익률은 별개로 생각해야합니다. 전세비율이 30%인 A아파트와 전세비율이 60%인 B아파트가 있을 때, 두 아파트의 매매가가 똑같은 비율로 오르면 A아파트의 수익률보다 B아파트의 수익률이 1.75배 더 큽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A 아파트가 B아파트에 비하여 1.75배 올라도 실 수익률은 똑같습니다.

즉 전세비율이 낮은 아파트가 투자자들에게 더 인기를 끌어서 매매가가 전세가에 비하여 더 높게 형성된 것인데, 실제 투자수익률에서는 상승률이 그만큼 크게 나타나야지만 A아파트에 투자한 의미가 얻어지는 것입니다. 투자용 아파트를 선택하기 위하여, 투자수익의 최종결과가 어디가 더 유리할지 고민할 때에 매매가 상승이 어디가 더 유리할지만 생각하지 말고, 전세가비율도 포함시켜 생각해야합니다.

◆ 투자가치 이외에 실주거가치의 고려

2000년대 들어서 수도권에서 워낙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투자 붐이 일어났던 여파로, 아파트를 구입할지 여부를 흔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여부로 결정하곤 합니다. 즉 매매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로 살고, 오를 것 같으면 구입한다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투자의 세계에서나 미래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여서 투자가치는 불확실한 것인 반면 가족들 입장에서 얻게 되는 실주거가치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꼭 투자만이 아니라 어떤 것에서든지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는 것에 가중치를 더 많이 두는 삶을 지향할 수 있습니다. 내집 마련도 투자가치가 있을 때에만 마련하겠다면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것에 의존하는 것이 되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실주거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때 마련한다면 확실한 것에 기반을 두어 결정내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집 마련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투자효과가 생길지 여부를 따지는 것 이외에 내집의 실거주 이점을 누릴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전세로만 계속 살 때에 매매가는 크게 안 올라도 전세가는 오르는 경우도 있으며, 그럴게 되면 주거비용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도 고려할 점입니다. 아파트에 실거주하든지, 투자하든지 매매가의 변화만이 아니라 전세가의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