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서해안 기름유출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공장주변 어민들 피해

쉬쉬하다 방제작업 늦고 책임소재 안밝혀져
충남 서해안에서 또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에서는 제때 방제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책임 소재도 가려지지 않아 애꿎은 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1일 자정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공장(본사) 부두 앞바다에 800~3000ℓ가량의 벙커시유가 유출됐다. 경찰은 부산 ㅅ해운 소속 4026t급 유조선이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기름을 옮겨싣다가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이곳에서 2~3㎞ 떨어진 대난지도·소난지도·대조도 등 섬마을들의 어장이 벙커시유에 오염됐다. 섬 주민 200여명은 13일째 조업을 포기한 채 기름 제거 작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추운 날씨에다 변변한 장비조차 없어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섬들은 당진군 석문반도와 서산시 대산반도 사이에 있어 주민들은 겨울철에 굴·가리비·전복·낙지 등을 많이 잡는다.

태안해양경찰서는 사고 다음날인 22일 부산 ㅅ해운 소속 조아무개(65)씨를 기름 유출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씨를 기름 800ℓ 안팎을 유출시킨 뒤 부산으로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흘러나온 벙커시유의 정확한 양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기름 유출량이 경찰이 밝힌 800ℓ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장량(40) 난지도 유류피해 주민대책위원장은 “바다뿐 아니라 해안까지 밀려든 기름띠로 볼 때 유출량은 경찰 추산의 4~5배인 3000~4000ℓ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오일뱅크와 ㅅ해운 모두 책임을 피하려고 쉬쉬하다가 피해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과 31일 주민대책위와 현대, ㅅ해운 쪽이 두 차례 만나 대책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ㅅ해운 권아무개 이사는 “경찰과 보험회사의 조사가 마무리된 뒤 보상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쪽 임아무개 총무부장도 “밤에 사고가 일어나 제때 조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보상 문제는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제 작업에는 어민은 물론 주변 민박·식당촌 주민들까지 일손을 놓고 나섰지만 힘이 달린다. 지난 31일에는 현대오일뱅크 쪽에서 직원 170여명이 나와 방제를 돕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당진군청마저 해넘이·해돋이 행사 때 관광객이 줄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바람에 주민들만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며 “사고를 낸 회사들은 생계비용이라도 먼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