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미소 70%, 노려보기 30% 내가 찾아낸 최고의 썩소”
‘록산느의 탱고’는 2005년 주니어 시즌부터 시니어 데뷔 시즌까지 두 시즌을 나와 함께했다. 오래 연기한 만큼 인연도 깊고 애정도 큰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강한 스타일의 프로그램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막상 표정 연기를 하려니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록산느의 탱고’는 두 시즌 동안 매번 조금씩 다르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관중과 심판들이 내 느낌을 더 잘 받아들이는지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알아낸 것이 일명 ‘썩소(썩은 미소)’였다. 내 미소를 본 사람들이 등골이 오싹한 무언가를 느꼈으면 했다. ‘썩소’도 계속 연습해보니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매번 경기할 때마다 표정을 달리해봤다. 그래서 찾아낸 나만의 ‘최고의 썩소’는 미소 70%, 노려보기 30%다. 그냥 심각하게 노려보기보다는 미소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 기분 나쁘거나 무섭지는 않으면서도 살벌한 분위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음이 아파 다시 보기 싫은 프로그램은 2006~2007 시즌의 ‘종달새의 비상’이다. 음악만 들어도 그때의 아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가슴 한구석이 저려온다. 부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연기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내가 해온 프로그램 중에 베스트로 꼽는 프로그램은 이번 프리스케이팅인 ‘피아노 협주곡 F장조’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오는 길에 너무 긴장됐어. 연아가 이 음악 안 좋아할까 봐”라고 긴장했다지만, 나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봐 오셨고 피겨 보는 눈도 까다로운 엄마는 “이번 프리 프로그램은 정말 최고”라며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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