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88만원 세대’는 현재 20대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하는 말. 그렇다면 ‘44만원 세대’는 무엇을 의미할까.

3월 17일 SBS '뉴스추적'에서는 '44만원 세대의 눈물'이라는 주제로 각종 노동착취를 당하는 10대 알바생들의 현주소에 대해 신랄하게 고발했다.

44만원 세대란 10대 청소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리 고생하며 일해봤자 얻는 돈이 월 50만원이 채 안된다는 의미의 말. 10대들의 아르바이트 상황은 20대 청년들의 비정규직 문제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악덕업주에 부당한 근로계약조건으로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최저임금에 훨씬 못미치는 시급을 받는 학생, 심지어 성희롱까지 당했다고 말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취재,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말 인천공항.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한 19살 여고생이 공항 내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서다가 정신병 지닌 남자에게 흉기로 배를 찔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여고생은 바로 병원에 실려가 대수술을 받아야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 여전히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비슷한 인상착의의 사람만 봐도 두렵다”고 말하는 등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학교 다니면서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꾸준히 알바를 해온 착한 딸에 대해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사고 후 회사에 전화했더니 왜 전화했냐는 식으로 반응하더라”며 회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실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남학생 역시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1년째 편의점에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제대로 된 식사시간도 없이 요령껏 점심을 먹었다. 학생은 “1,000원 내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그 이상은 자기 돈으로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4,110원. 그러나 이 남학생은 시급 2,500원의 임금을 1년째 받아왔다. 그렇게 해서 주말만 근무해 버는 돈은 월 10만원 정도. 그나마 평일에도 학교 마치고 일해 달라고 연락오면 20만원 정도 번다고 했다.

시급을 올려달라는 말을 왜 못했냐고 제작진이 묻자 그는 “처음부터 얘기했으면 모르겠는데 1년째 일해와 말하기가 좀 그렇다”며 자신없는 모습을 보였다. 괜히 급여조정 얘기를 꺼냈다가 해고당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이들 뿐 아니라 이날 방송에는 월급을 떼어먹은 대형 피자체인점 업주에 대해서도 나왔다. 그곳에서 알바를 했다는 한 여학생은 심지어 사장이 그의 방으로 10대 여학생들을 불러 손과 어깨, 엉덩이 등을 주무르는 등 성희롱도 일삼았다고 호소했다.

대학로 공연티켓 판매 알바를 했다는 한 남학생은 한창 추울 때 하루종일 밖에 있어야 해 감기 몸살이 걸려 8일만에 그만뒀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근로계약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각 5천원 차감, 무단결근 20만원 차감, 불성실 근무 1회 적발시 3천원 차감’이라는 자의적인 조항이 적혀있었던 것. 이처럼 10대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악용하는 업주들은 많았다.

이들의 사정을 들은 제작진이 노동청에 직접 찾아가 청소년 알바의 문제점을 고발했으나 노동청 감독관의 반응은 10대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는 현장조사를 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을 무시, ‘떼인 돈만 받아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일 더 크게 벌이지 말자’는 뻔뻔한 대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