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끝순이 +1


배우 최아진은 대구의 3대 얼짱 출신으로 알려졌다. '보석비빔밥' 출연 초기 기사를 통해 3대 얼짱이 강조되면서 악플을 받을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얼짱을 훨씬 넘어섰다.

- 끝순이를 리얼하게 소화하면서 실제 성격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것 같다.

▲ 너무 리얼하게 하는 바람에 '실제로도 쟤는 성깔있을 것 같다', '못돼가지고 못된 기집애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람들이 욕하는 것은 내가 아닌 끝순인데 내가 힘들었어요. 연기일 뿐인데, '내가 연기를 그만큼 했으니까'라고 좋게 생각하고 '내가 아니야, 끝순이 얘기야'라고 속으로 주문을 외웠죠.

- 악플에 상처받은 적이 있나?
▲ 있어요. '보석비빕밥' 끝순이가 얄미운 짓을 할 때마다 '벼락 맞아 죽어라'는 등의 악플을 받았죠. 내가 아니라 끝순이를 욕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많이 상처가 됐어요. 그런데 3대 얼짱이었다는 기사가 나면서 악플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난 전혀 3대 얼짱을 강조하지 않았는데 기사화되면서 댓글에 막 쓰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 때 진짜 많이 억울하고 속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마음을 추스르다보니 괜찮아졌어요. 댓글로 받는 상처가 정말 큰 것 같아요. 저는 워낙 밝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편이지만 마음 여리신 분들은 많이 상처받겠다 싶어요.

-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됐나?
▲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이 강했어요. 궁금함?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접 배우고 촬영장에 나가보니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돼야지 생각했어요.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은 자연적으로 버렸죠. 단순히 예뻐서 뜬 배우는 기간이 짧아요. 반짝스타 밖에 될 수 없죠. 연기파 배우가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뭘하든 오래 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예쁜 사람이 되게 많아서...대구에서는 내가 제일 예쁜 것 같았는데(웃음) 서울에 오니 예쁘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 누가 그렇게 예뻤나?
▲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윤혜영 선배님이 제일 예뻤어요. 연기하면서 배우고 싶다,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 그대로 동경만 했죠. 함께 나오는 장면은 얼마 없었지만 되게 많이 챙겨주셨어요.

-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가 있나?
▲하지원씨. 얼마 전에 영화를 했던 관계자 분이 내게 하지원씨와 내가 외모, 키 등 닮은 게 한 군데도 없는데 딱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희로애락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어요. 눈에 슬픔이 있으면서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하지원씨의 영화를 보면 영화별로 다 다르게 연기하세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서는 슬픈연기였다면 '신부수업'에서는 발랄하고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죠. 카멜레온 같은 연기를 닮고 싶어요.

- 남자배우 중에 함께 상대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 예전부터 류승범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내 나이 또래에서 찾는다면 유승호씨 정도? 장동건씨랑도 해보고 싶어요. 장동건씨랑은 나중에 삼촌과 조카로?(웃음) 별의 별 상상을 다해요. 리스트를 뽑으면 100명도 넘을 걸요.

류승범씨 같은 경우는 연기도 그렇고 실제로도 개성파시잖아요. 연기도 잘하고. 류승범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빠져들어요. 멋있다. 잘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같이 호흡맞춰보면 재밌을 것같아요. 어릴 때부터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직 한 번도 뵙지 못했어요. 얼마 전에는 '사생결단'을 개봉 때 못봐서 다운받아 봤는데 역시나 잘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류승범씨가 나이가...?(10살정도 차이날거라는 말에 좌절하며)역시 삼촌과 조카로 출연해야 하나요?(웃음)
- '보석비빕밥'도 그렇지만 데뷔작 '나도 잘 모르지만'이라 영화 '가벼운 잠' 등 모두 평범한 학생이기 보다는 굴곡이 있었다.

▲ 맞아요. 조금 다른게 있다면 '가벼운 잠'에서는 가난하면서 굴곡진 삶이었다면 끝순이는 부잣집아이였다는 점이죠. 그러나 '보석비빔밥'도 힘든점이 없잖아 있었어요. 극이 전체적으로 잔잔했는데 끝순이 혼자 난리치는 감이 있었죠. 한편으로 굴곡이 심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센 캐릭터가 사람들의 뇌리에 더 오랫동안 남으니까요.

-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학생이 아닌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 역할만 쭉 맡아서. 물론 '금지옥엽'에서는 막내작가이긴 했지만 왠지 학생 전문배우 같은 느낌이에요. 얼굴 자체도 고등학생 페이스라. 이젠 좀 성숙한 역할을 맡고 싶어요. 갈색으로 염색했더니 성숙해보인다는 말들어서 기분좋은데 어른스러운 역할을 맡고 싶어요.

- 올해 20살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작년 수능을 못봤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학을 못하게 됐어요. 그래도 대학교는 꼭 가고 싶어요. 주변에서도 학교는 꼭 가야된다고 말씀하시고요. 해보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술도 마시고 친구들과 못가본 곳, 못해본 것 다 해보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생겨요. 이제는 마냥 10대가 아니라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최아진에게 '보석비빔밥'이란, 최아진에게 끝순이란 어떤 존재인가?
▲ '보석비빔밥'에 출연하기 전에는 흔들림이 많았어요. 연기에 있어서도 그렇고 생활에 있어서도 흔들림이 많았어요. 그만둘까, 계속해야될까, 힘들다는 생각도 많았고요. '보석비빔밥'은 나의 흔들림을 잡아준 것 같아요. 난 무조건 연기해야 된다 생각하게 됐어요. 흔들림이 많이 사라졌어요. 희망, 용기, 자신감과 의지도 생기고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얻은 것이 많아요. 끝순이는...최아진의 삶을 바로잡아준 아이, 최아진을 철들게 한 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