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 편도선은 무조건 떼어내는 것이 좋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열나는 감기에만 걸리면 편도선이 붓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편도선이란 것을 떼어내기만 하면 감기에도 덜 걸리고 비염이나 축농증도 금방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편도선을 떼어내면 감기에 덜 걸리고 걸리더라도 좀 약하게 걸릴 것 같습니까? 한동안은 의학계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편도선이란 편도선은 몽땅 제거한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초까지는 편도선은 무조건 떼어내야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악명(?)을 떨치던 편도선도 의학이 발달하면서 우리 몸에 유익한 것이란 사실이 밝혀지게 됨에 따라 오랫동안 성장 장애와 감기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온 누명을 드디어 벗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요즘은 편도선을 떼어내는 수술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편도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탓도 있지만, 새로운 약이 나오면서 편도선을 떼어내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 예전에 편도선을 떼어낸 이유 두 가지

·첫째, 편도선의 염증 때문에 병에 시달린다고 생각해서:

과거에 편도선을 떼어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자꾸 생기는 편도선의 염증 때문에 아이들이 병에 시달리느라 성장이 늦어지고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과거에는 좋은 항생제가 없었기 때문에 편도선에 세균이 번식하게 되면 콩팥이나 심장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일 뿐입니다. 요즘은 좋은 항생제가 많이 개발되었으니까요. 쉬운 예로 전에는 디프테리아균이 편도선에 자리잡으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디프테리아균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데다 설령 디프테리아균이 몸에 침범하더라도 약이 워낙 좋아 치료에 그다지 애를 먹지 않습니다.

·둘째, 편도선을 떼어내면 감기에 덜 걸린다고 생각해서:

과거에 편도선을 떼어낸 또 한 가지 이유는 편도선을 떼어내면 감기에 덜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쉬운 말로 편도선이 붓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린다고 생각한 거지요. 편도선을 떼어내게 되면 감기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고나서 1~2년 사이에 감기가 확 줄었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으니까요. 그럼 편도선을 떼어내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흔히 경험에 의한 판단은 오류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것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편도선을 제거한 아이의 엄마들은 그 이유가 바로 편도선을 떼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편도선을 떼어내지 않은 아이도 똑같이 감기에 걸리는 것이 줄어듭니다. 즉 편도선을 떼어냈기 때문에 감기에 덜 걸리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실제로 수술을 받고 나서 1~2년 정도가 지난 후에 편도선을 떼어낸 아이와 떼어내지 않은 아이를 비교해 보면, 감기에 걸리는 횟수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편도선은 어떤 경우에 떼어내나요?

·편도선이 자꾸 부으면 엄마들은 떼어내고 싶어합니다:

우리나라는 공기가 나빠서 비염이나 감기에 걸리기가 쉽습니다. 감기를 흔히 비인두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감기에 걸리게 되면 으레 비염이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려 비염이 동반되면 코가 잘 막히는데, 이때 편도선이 같이 커지면 엄마들은 아이가 숨이 막히지는 않을까 걱정해서 편도선을 떼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사에게 묻기도 합니다. 그럼 편도선은 어떤 경우에 떼어낼까요?

·편도선은 맹장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만 떼어냅니다:

첫째 편도선에 암이 생겼을 때, 둘째 편도선에 고름주머니가 생겼을 때, 셋째 편도선이 너무 커서 음식을 잘 못 먹고 숨이 막힐 때 등입니다. 물론 그밖에도 편도선 제거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리고 이런 때는 당연히 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수술하지 않고 4~5세까지는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는 것이 요즘의 추세입니다. 커가면서 편도선은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는 가능하면 떼어내지 말 것을 권장합니다.

※ 편도선은 우리 몸에 좋은 것입니다!!

요즘은 어지간해서는 편도선을 떼어내지 않습니다. 편도선을 떼어낸다고 해서 감기에 덜 걸리거나, 약하게 걸리거나, 합병증이 적게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편도선을 떼어낸다고 비염이나 축농증, 중이염이 치료되거나 예방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편도선은 우리 몸에 좋은 것으로서, 목구멍에 버티고 있으면서 우리 몸에 들어오는 나쁜 것을 막아주는 수문장 역할을 합니다.

※ 아이들의 편도선은 원래 큽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편도선의 크기가 원래 더 큽니다. 아이들 입안을 들여다보면 커다란 편도선이 목구멍을 턱 막고 있어서 엄마 숨이 다 막히는 것 같지요. 게다가 편도선을 보기 위해 입을 벌리게 하면 편도선의 크기가 훨씬 더 커 보입니다. 그렇지만 편도선이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간혹 두 개의 편도선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커서 목구멍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도 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편도선은 아이가 커가면서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며, 몸의 저항력이 커지는 다섯 살쯤 되면 그 중요성이 감소됩니다. 편도선이 커서 약간씩 숨막혀 하던 아이도 이때가 되면 대개는 별문제 없이 괜찮아집니다.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