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 세계 금 대체재 모색‥英 팔라듐 결혼반지 인기
- 헌 장신구 매각 열기‥보험사 귀금속 가치 재산정
- 상품시장, 금융시장 주류로 부상‥`상품시장의 민주화`

금 4월물 가격이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한때 온스당 991달러90센트까지 치솟아, 금값 1000달러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초만 해도 800달러선에 거래되던 금값이 1000달러를 눈 앞에 두자, `사고의 전환`이라고 할 만큼 사회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새로운 사회상을 통해 금값 1000달러 시대를 조망해본다.

◇"자기, 금반지 대신 팔라듐반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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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듐 반지

예로부터 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결혼 예물. 귀금속업체들이 귀금속가격의 고공비행에 따라 결혼 예물 가격도 올렸다. 때문에 결혼 반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해튼 가든의 애덤 로렌스 매니저는 "해튼 가든은 지난주 백금 제품 가격을 모두 30% 인상해야만 했다"며 "토요일에 말한 결혼반지 가격을 다음 월요일에 똑같을 것이라고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웃 보석상점인 바산지의 프랭크 파자르도 매니저는 "백금값이 5개월간 배로 뛰어 300파운드 하던 백금 결혼반지가 지금은 600파운드 나간다"고 말했다.

금은 물론이고 백금 가격까지 급등한 탓에 영국에서는 백금과 큰 차이가 없는 팔라듐이 결혼반지 대체재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팔라듐은 백금에서 분리한 귀금속으로, 전에는 자동차 부품이나 치과용 재료로 많이 사용됐다.

백금 가격이 금값 못지 않게 오르자, 백금과 빛깔도 비슷하고 변색되지 않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팔라듐이 결혼이나 약혼 반지로 유행한 것.

◇"비쌀 때 팔자" 헌 장신구 매각 바람과 `新 골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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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4월물 가격 추이. (출처: 로이터통신)

값을 쳐줄 때 파는 것이 경제의 기본. 금값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자 언제 랠리가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일제히 금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렉스 존슨 앤드 선스의 벤 존슨 대표는 "고객들이 오래된 장신구나 귀금속을 팔려는 관심이 경이적인 수준"이라며 "전에는 하루 평균 5명에게 금을 샀지만 어제는 53명이었다"고 전했다.

인도에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봇물을 이루며 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 금 거래업체 지텐드라 칸틸랄 오브 주그라즈 칸틸랄 앤드 코의 자베리 바자르 거래상은 "한 떼의 사람들이 금 조각을 팔기 위해 상점에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4월부터 5월까지 이어지는 인도 결혼철을 앞두고 신부들은 지참금으로 가져갈 금을 미리 사둬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 금 도매업체 브리즈와시 트레이더 앤드 불리언의 판카즈 아가왈 도매상은 "사람들이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어 미리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쁜 것은 보석 상점 만이 아니다. 귀금속 보험사들도 달라진 귀금속 장신구 가치를 재산정하느라 분주하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보험에 든 귀금속 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도둑이 들거나 잃어버릴 경우 보장해줄 가치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상품시장, 금융시장 주류로 부상‥`상품의 민주화`

그러나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상품시장. 전에는 실수요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수요가 더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막대한 자금이 운집하면서, 어엿한 금융시장으로 도약을 엿보고 있다.

곡물시장의 개념부터 바뀌었다. 상품지수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농산물 상품시장 거래에서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집계했다.

시장조사업체 알렌달의 조셉 빅터 부사장은 "곡물거래소는 투자 시장의 개념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며 "최근 인덱스펀드든 헤지펀드든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고 변화를 전했다.

전세계적으로 상품 선물 및 옵션 계약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국 선물업협회(FIA)에 따르면, 농산물 선물 거래량은 전년 대비 32% 급증했다. 금속 선물은 29.7%, 에너지 선물은 28.6% 늘었다.

세계 최대 상품 선물 거래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지난 1월 거래 규모가 사상 최다인 170만계약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NYMEX 시간외 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163% 증가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