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국내 첫 수목장림이 빠르면 2008년 말부터 운영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림청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계정리 일대 국유림을 수목장림으로 지정,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장사(葬事)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시행령이 마련되는 내년 5월부터 수목장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계정리 수목장림은 서울이나 경기도 일원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경관이 수려하고 수종이 다양하다. 잣나무(35%)·소나무(30%)·활엽수(25%) 등이 아름답게 들어차 있다. 경사도는 25∼30도 가량으로 완만하며 넓이는 55㏊이다. 산림청이 물색한 20여개 대상지 중 최적의 수목장림으로 꼽혔다.

산림청은 수목장림과 숲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숲가꾸기와 숲길(임도) 정비 등 기반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 5월까지는 방문객들을 위한 추모로와 산책로, 주차장, 편의시설 등의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림청 산림휴양정책팀 김평기씨는 “수목장림은 결코 장사시설이 아니다”며 “산림을 공원처럼 아름답게 가꿔 주민들을 포함해 누구나 찾아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미겠다”고 말했다.

수목장을실천하는사람들의모임 변우혁 상임집행위원장(고려대 교수)은 “계정리 수목장림은 비교적 접근성이 양호하고 경사도가 낮아 수목장림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주변에 거주민들이 많지 않아 민원 소지도 적다”고 말했다.

수목장림은 장사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장례식날 운구차의 진입이나 화환 사용이 일절 금지된다. 장례식 때 상복을 입는다거나 곡(哭)을 할 수 없다. 깔끔한 옷차림에 간단한 장례절차로 기도나 묵념 정도만을 허용할 방침이다. 혐오적 장례절차로 비춰지는 행동을 모두 금지함으로써 주민들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모목 가격은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납골당 비용 보다 저렴한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추모목 가격은 수종과는 상관 없이 그루당 대략 200만원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모목은 침엽수의 경우 ㏊당 150본이, 활엽수는 100본이 들어선다.

사용연한은 1차 20년으로 하고 유가족이 원한다면 20년씩 2차례 연장해 최장 60년까지다. 연장하면 관리비 명목으로 20년 당 40∼50만원을 받는다. GPS(위성항법장치)와 인터넷 홈페이지로 추모목을 관리한다. 만일 산불이나 산사태가 나면 대체목으로 원상 복구할 방침이다.

수목장림 운영주체는 공공기관, 종교단체,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단법인이 될 수 있지만 시행 초기엔 공공기관이나 종교단체들을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60년이란 장기간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중간에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분쟁발생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따라서 운영기관은 산림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설물은 묻히는 사람의 생년월일·사망일·이름·고유번호가 적힌 팻말 이외에는 일절 금지된다. 나무 바로 옆 50㎝ 구덩이에 직접 골분을 뿌리거나 완전 분해가 가능한 옥수수 유골함 등을 묻는다.

산림청은 계정리 수목장림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수목장림 10곳을 단계적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묘지와 무리한 장묘 시설물로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산림 보호와 국토이용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자연친화적인 수목장을 적극 확산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묘지 20만기가 새로 만들어지고 동시에 800ha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수목장실천모임(공동대표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오는 16일 계정리 수목장림 현장에서 수목장의 바람직한 정착 방안 등을 모색하는 현장 견학 및 토론회를 갖는다.

출처 : 국민일보 쿠키뉴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