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찰음식 전문점이라는 [산촌 山村]

채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내 벼르고 별렀던 곳중의 하나였다.


산촌 內 인테리어는 다분히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이곳의 분위기만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듯...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식탁 위에 유리잔에 촛불이 켜진다... 그냥 유리잔이 아니라 꽃이 둥둥 떠있는 유리잔이다.


그리고 나오는 찻상...

백자 주전자에 백자 잔이다...

차는 그냥 녹차는 아니고, 결망자차와 둥글레차가 섞인 듯한 맛의 차가 담겨져 있다.

사실... 요즘엔 너무 많은 차들이 범람하기에 집에서도 흔히 비방이다 하는 차를 물마시듯 마시기 때문인지,

오히려 차 맛보다는 백자 잔 위에 비친... 은은한 조명빛과 연등의 그림자가 훨씬 마음을 끌어당겼다...


처음에 나온 음식들 : 새알이 들어간 매생이국, 잘 익은 물김치, 양념한 밥이 돌돌 말아진 찐 산나물 말이, 그리고 산초 장아찌.

첫번째, 메생이국... 새알이 들어간 것 외에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두번째, 물김치는 짠 맛이 너무 강해 개운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기사... 긴긴 겨우내 잘 보관하려면 소금기가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조미료 없이도 개운하면서도 시원하며 감칠맛까지 도는 물김치를 담그지 않았던가? 그 맛을 아는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맛이었겠다.

세번째, 취나물인지는 박나물인지 깻잎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담백하게 양념한 밥을 둘둘 말아 찐 저 산나물말이 밥... 산나물의 향과 밥이 잘 어우러져 먹기에 즐거웠다.

네번째, 산초 장아찌... 아... 산초 장아찌를 맛본 것은 처음이라서인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자극적인 그 향... 게다가 보통의 장아찌보다 훨씬 짠 장맛... 그리고 세월의 맛까지 어우러져 아찔한 느낌이었다. 며칠간 담배를 피지 않다가 어느날 아침 처음으로 한모금 빤 담배맛이라 할까?

맛이 있건 없건...이 산초장아찌는 자극적인 맛과 향으로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하다.

산촌에서 가장 개성있는 음식인 듯...


뒤이어 나온 본식...

으깬 두부와 같이 버무려 나온 톳나물을 비롯해서 유채, 돌미나리, 취, 머위, 고사리, 고소나물, 도라지, 다시마튀각 등등의 수도 셀 수 없는 나물들이... 옷칠된 나무사발에 정갈이 담겨나왔다...

보기 좋게 차려나온 음식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정말 맛이???


산촌은 사찰음식 전문점답게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신채는 쓴다고...

오신채라 하면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의 다섯가지 양념 겸용 채소를 말하는 것으로 요즘 흔히 정력에 좋고 식욕을 돋궈준다는 식재료들이다.

사찰음식전문점이지만, 인공조미료나 자극적인 양념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인공조미료는 배제하되, 오신채는 사용한다는 것. 그러나 오신채마저도 원하지 않는다면, 산촌에 오기 하루 전에 오신채를 넣지 않은 음식으로 예약한면 순수한 전통적인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다.


그렇다면 인공조미료는 배제하되, 현대인의 입맛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어서 오신채는 사용한 이곳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의 맛은??

글쎄... 대략 난감이다...


인공조미료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사찰음식...

사찰음식 하면 떠올려지는 자연 그대로의 맛, 담백하고 산뜻하고 은은한 맛을 기대하기 쉽상 아닌가?

확실히 재료 그대로의 맛... 예를 들면 산나물의 맛은 그대로 살아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다.

오히려 자극적이다.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에 어긋난 음식들이라, 역설적이게도 식재료 제각각의 향내를 최대한 풍기고 있기 때문.

쉽게 생각하자면 산에서 취를 발견했을 때, 그 생 취잎을 하나 꺽어 입에 씹는다 생각해 보라. 그때의 그 취나물을 먹기 좋게 아주 슬쩍만 데치고 은근한 양념으로 버무린 맛이 이곳 산촌의 맛이다.


솔직히 맛은 없다. 그러나 향은 진하다...

녹차로 따지자면 보통 자극없이 마시는 현미녹차맛정도가 아니라... 향이 진한 쟈스민차라 하면 딱 맞겠다.

한데... 신기한 것은... 그 강한 향에 그저 훌떡 삼키면 강한 향만 남으나... 씹으면 씹을 수록 그 향은 수그러 들고 그 끝엔 구수하면서도 깔쌈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는 점이다.


연근튀금, 버섯튀김, 으깬 두부로 속을 채운 고추튀김과 각종 야채를 지져 나온 전도 별 맛 느끼지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백하다.


된장찌개... 들깨가루를 넣어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풍긴다.

그러나 찌개맛보다는, 이 순수하게 대나무로만 만들어진 국자가 눈에 띄었다는...


산촌에 가만히 앉아 음식을 먹다보면 無자가 강조된 유리액자가 보인다.

사실... 흰 바탕에 無자만 쓰여져 있어도 충분할 것을... 그 위에 곱디 고운 연등이 비춰져 無자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사실... 무심을 들어설 그 화려함에 조금 놀랐더랬다.

연등 등의 소품들이 아니었더라면 사찰의 이미지보다는 조금 과할 정도로 화사하게 꾸며진 규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음식맛도 그러했다.

사찰음식을 전에 맛보지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너무 기대했기 때문일까?

크게 실망도... 크게... 만족도 얻지 못했기에, 오히려 실망스러웠던...

그러나 한번은 와볼만한 식당이라 느껴졌던... 미묘한 맛이었다.

사실 이곳엔 아이 둘과 같이 왔었다.

아이 둘은 내둥 뾰루뚱해있더니만... 맨 마지막에 후식으로 나온 이 조청과 생강맛이 풍부해 깊은 맛이 났던 유과를 맛보고서야...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먹을만한 것이 한가지는 있었구나~!!"


내동...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먹어봐라 억지로 하나씩 의무할당 했긴 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유과를 두번이나 더 청한 내 심정이 이곳 山村의 음식맛에 대한 평가였다...


어렸을 적부터... 각종 알레르기에 시달리던 나를 위해... 아예 인공조료를 포기하신지 오래된 우리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나로서도...

웰빙식이거니... 그저 음식이 아니라 문화를 섭취하는 것이거니...

그런 느낌만 아니었더라면... 그닥 즐기며 먹을 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산촌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어렵겠다.

간판과 내부, 내건 맛과 실재의 맛, 소문난 맛과 기대의 맛이 범벅된 모자이크 맛이라 할까?


그러나 산촌의 맛을 대표할만한 음식 하나를 들라면 그건 단번에 대답하겠다.

"산초 장아찌"


그러나 주인장은 친절하여,

나와 동행안... 아이들 각각에게 유과를 한봉지 가득 안겨주었다.

이곳의 메뉴는 따로 주문할 것도 없이 한가지이며, 메뉴의 차이인지 단지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점심엔 19,800원, 저녁에는 35,200원이란다.

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그래도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