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감자 에이즈 감염 종자 유통 파문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억원 이상의 각종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등 감자 신품종 개발로 촉망받아 온 벤처기업(본보 지난 19일자 5면 보도)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 종자를 공급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새로 개발되는 농산물 품종에 대해 검역당국의 바이러스 감염, 유전자 조작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불안이 증폭하게 됐다.

특히 이 기업이 공급한 문제의 종자가 이미 전국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감자 명산지인 강원도의 위상 추락은 물론 한국이 국제적으로 감자 청정국의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감염 감자 폐기처분, 긴급 방역
지난 7월 초 종자 생산 업체인 포테이토밸리가 평창군 대관령면 감자재배농가에 육종한 일부 품종에서 흔히 걀쭉병이라고 불리는 감자 바이로이드가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식물검역원 등은 지역에 관계자들을 급파해 감염종에 대한 이동 및 유통금지조치를 내렸다.

또 감염이 확인된 7,600㎡에서 재배한 5톤을 폐기처분하고 재배온실과 채종포에 대한 긴급방역을 실시했다.

바이러스 감염사실은 2006년 일본의 한 업체가 포테이토밸리사의 품종을 시험재배하기 위해 가져간 후 일본측 검역기관에 의해 밝혀졌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올해 초가 돼서야 해당 종자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 내사를 통해 지난 7월 초 폐기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보는 포테이토밸리 측에서 납품받은 감자를 고의로 검수를 지연해 피해를 입었다는 농민들의 의혹제기를 단독 보도했다.

구멍 뚫린 검역체계, 전국 유통

가장 큰 문제는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몰랐던 2006년부터 올해 초까지 감염된 감자가 전남 영광, 경남 김해, 충북 제천, 충남 서산 당진, 경남 김해 등 전국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감자재배지의 감자 종자와 토양이 이미 감자 바이로이드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검역기관은 일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2년이나 지난 올해 초에서야 사실 확인에 나서며 2년간 문제의 종자가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허술한 국내 농산물 검역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특히 감자바이로이드는 ‘감자의 에이즈’라고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방제약제도 없다.

농민 A(45)씨는 “한국에서 지난 30년동안 이 병이 없었는데 관련 회사와 방역당국 등의 안이한 대처로 국가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고 개탄했다.

정부 검역기관 은폐 드러나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검역기관은 재배농가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및 방제조치 없이 발병 사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해 농가피해를 더욱 키우게 됐다.

포테이토밸리는 현재 정부나 검역당국의 아무런 제지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지난 7월 폐기처분된 감자와 불과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확된 40여톤가량의 감자가 현재 강릉시 왕산면의 저장창고에서 보관돼 있어 바이러스에 노출된 감자가 유출됐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농민 B(34)씨는 “지난 7월 바이러스 감염사실이 밝혀졌을 때 같이 폐기처분됐어야 할 물량이 창고에 버젓이 보관돼 있다”며 “1년간 보관한 후 타 지역에 종자로 팔고나면 농민들은 내년에도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테이토밸리의 대표이사인 강원대 임모 교수는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식물검역원에서 국내 식량작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 상황에선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포테이토밸리가 공급한 종자에서 감자 바이로이드가 발견돼 농림부, 식물검역소 등에서 긴급방제를 실시해 전량 폐기했다”며 “전국에 유통된 종자를 모두 파악해 폐기처분했기 때문에 현재는 바이로이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