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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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발속에 지난 8월 첫방송을 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아이엠 샘(극본 이진매, 연출 김정규)'이 2일 마지막 발자국을 찍었다. 하이힐을 신고, 게임에서 차용(?)해온 디자인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첫 방송부터 "우리나라 학교 맞냐?"는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엠 샘'이 이런 비난에 시달린 이유는 이 드라마 그렇다고 기막히게 판타지적이어서 상상력을 채워주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현실과 다른 드라마는 많고 많지만, 가끔 드라마는 현실과 다른 설정 속에서도 '진짜' 현실을 교묘히 비틀어 놓은 그 어떤 것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SBS '왕과 나', MBC '이산'등의 물량공세에도 '아이엠 샘'이 5%를 웃도는 시청률을 지켜냈다는 점은 괄목할 만 하다. MBC의 430억 대작 '태왕사신기'가 특별편성 돼 맞붙었을 때 조차 '아이엠 샘'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건 멜로도 아니고 학원물도 아니여

'아이엠 샘'이 더욱 높은 시청률을 올리지 못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멜로와 학원물, 사랑과 우정, 박민영과 손태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스토리다. 명문고에 전학을 와 자갈속에 진주처럼 어울리지 못했던 박민영이 학생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는 장면, 무능했던 국어 선생님 양동근이 학생들을 위해 무릎을 꿇는 장면등은 자못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양동근과 박민영 커플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지루할 뿐이었고, 하나로 이어지는 러브라인에 이물질 처럼 느껴지기 까지 했다.

손태영, 양동근, 박민영 간의 삼각관계 또한 시청자들을 횡설수설 하게 만들었다. 손태영에게로 완전히 마음이 쏠려있던 양동근이 어느순간 갑자기 박민영에게 사랑을 느껴 도피행각까지 벌이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대체 손태영과 박민영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하며 삼각관계는 긴장감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난 사제간의 사랑

하지만 '아이엠 샘'의 박민영 양동근 커플은 잘 어울렸고, 박민영은 예뻤다.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환상의 어울림을 보여줬다. 드라마가 막바지로 치닫으며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룰 듯 이루지 못하는 장면,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도피행각을 벌이는 장면 등은 시청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히든카드였다.

박민영이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양동근과 다시 사랑하게 되는 설정은 사제간의 사랑을 의도적으로 피한 듯 보여 아쉬움을 남겼지만, 두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떠나 사랑을 확인하고 양동근을 위해 박민영이 떠나는 일련의 과정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가슴 아프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교육 현실을 반영한 학원물도 만들어 주세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선생님이 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보람있어요. 하지만 학교 일 때문에 아이들 가르칠 시간이 없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금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 그래요", "시골 초등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아요.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드라마는 나오지 않는거죠?"

나름대로의 학원물을 기대하고 '아이엠 샘'을 시청한 한 현직 교사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는 재미있는 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일도 많은데 드라마화 돼야 마땅한 이 일들은 왜 미뤄두느냔 뜻이다.

사제간의 사랑을 다루고, 그 안에 학교 이야기 또한 녹여내려 한 시도는 좋았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십분 반영해 교육계에 핵심을 던져주는 촌철살인같은 드라마 또한 방송됐으면 한다.

['아이엠 샘' 마지막회. 사진=KBS 화면캡처]